번호 : 61
글쓴날 : 2002-11-29 22:27:58
글쓴이 : 인권운동사랑방 조회 : 5290
제목: 성명-장세동의 대선출마라니? 반인도적 국가범죄 공소시효 배제입법을 촉구한

장세동의 대선출마라니? 반인도적 국가범죄 공소시효 배제입법을 촉구한다!


 전두환씨의 측근인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장세동의
숱한 전력은 차치하고라도 그가 수지김 간첩조작사건의 주범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대선출마는 이 땅의 정의에 대한 신랄한 조롱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피선거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일이며, 설사 범법행위를 저지른 과거가 있더라도 그 대가를
정당하게 치른 뒤라면, 문제삼을 수 없는 것이 그 원칙이다. 

 그러나 장세동의 경우, 1987년 수지김 살해사건을 간첩사건으로 조작한 뒤 무려
15년 간 이를 은폐한 죄를 짓고도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얼마전
수지김의 살해범 윤태식 씨가 징역 18년형의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장세동은
공소시효가 경과했다는 이유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급기야 대통령의 자리까지
넘보고 나선 것이다. 

 장세동의 대선출마는 현행 공소시효제도가 낳은 희극이자 비극이다. '반인도적
국가범죄'에 대해서까지 공소시효를 인정하는 우리 법체계와 그 법체계를 용인해온
우리 모두가 사실상 장세동의 출마를 방조한 공범인 셈이다. 

 이제 '반인도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입법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거듭 촉구하건대, 국회와 정부는 '공소시효 배제 입법'에 즉각 착수하라.
그것만이 피해자와 유족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길이며, 이 땅의 정의를 올바로
세울 수 있는 길이다. 공소시효배제입법의 필요성을 장세동 스스로가 웅변하고
있는 현실에 부끄러워할 일이다. 


 2002. 11. 28

반인도적 국가범죄 공소시효 배제운동 사회단체 협의체

'반인도적 국가범죄 공소시효 배제 입법'을 촉구하며

(1). 반인도적 국가범죄 공소시효 배제의 필요성

■ 최근 들어 과거 권위주의 통치체제 아래에서 벌어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의
진상이 확인되고 있으며 그 주요 사건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건이 있음.
  ○ 과거 민주인사에 대한 이근안씨의 고문사건에 대한 불처벌
  ○ 청송교도소 교도관들에 의한 박영두씨 폭행치사 및 은폐사건 
  ○ 국가안전기획부에 의한 김옥분씨(수지 김) 피살 은폐조작사건 
  ○ 중앙정보부에 의한 최종길 교수 고문살해 및 은폐사건
  ○ 국방부에 의한 허원근 일병 사망 조작·은폐 사건

■ 하지만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범죄를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
 이는 현행 공소시효제도가 국가공권력이 저지른 범죄행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임. 

■ 이러한 불처벌 관행은 유엔 등 국제적인 인권기구에서 주장해온, '과거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통한 재발방지'라는 입장과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시효부적용' 원칙에 명백히 반하는 것임. 

■ 국민의 인권보장을 그 책무로 하는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를 스스로
면책하는 것은 공소시효제도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며, 국가기관이 살해와
고문 등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를 자행하고 이를
은폐하였다면 이는 헌법정신에 대한 정면부정으로써, 우리 헌법정신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임.

※ UN 세계인권대회 선언문(비엔나, 1993년) 제60조 규정 : "국가는 고문과 같은
중대한 인권침해의 책임자를 불처벌로 이끄는 법률을 폐기하고 그러한 침해를
기소해야 하며, 이를 통하여 법치주의는 확고한 기초를 갖게 된다"
  
※ 유엔 인권위원회는 권위주의정부 하의 아르헨티나에서 자행된 대규모 학살
책임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는 것도 인권침해라고 보고 있음.

■ 국가권력(특히 수사기관 및 정보기관)이 개입된 범죄는 행위당시 범행의 실체에
접근할 만한 여지가 별로 없었거나 설혹 있었다 하더라도 은폐조작되어 행위시
피의자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임.

※ 이근안씨와 관련된 사건의 경우 국가가 '반인도적 국가범죄'의 피해자를
보호해주기는커녕 '빨갱이', '간첩', '공안사범' 등의 낙인을 찍으며 이들의
범죄피해주장을 완전히 묵살했던 반면, 고문경관 이근안씨에게는 16차례의 표창
외에도 79년 청룡봉사상, 81년 내무부 장관 표창, 82년 9사단장 표창, 86년
옥조근조훈장 등을 수여했음.
 
■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은 뒤 장기간이 경과하였으나, 증거가 엄존하고
범죄에 대한 사회적 처벌욕구 역시 강하게 존재하고 있는 반면, 범죄인의 경우는
형벌에 상응하는 고통을 받기는커녕 권력을 향유하고 있었던 상태임. 따라서,
이러한 인권침해행위들에 대해서도 공소시효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제도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음.

■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사건의 경우, 해당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형사사법기관의 진지한 노력이 조직적으로 방기되었다는 점도 중요함.
형사사법기관 자체가 범죄를 저지르고 그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조작함은 물론,
이후 계속적으로 범죄피해자(혹은 유족)를 억압하고 범죄인을 고무하는 상황
아래에서 형사사법기관에 의한 반인권 범죄인의 수사와 공소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였음.

■ 정치권에서도 반인도적인 국가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자는 주장이
제기(이주영 의원등의 형소법 개정 발의)되고 있으며,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음.
   ○ 이주영 의원 및 23명의 의원은 2002년 5월 24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음.
   ○ 인권사회단체들은 2002년 5월 21일 '반인도범죄등의시효등에관한특례법안'을
입법청원함.
   ○ 민주당 함승희 의원도 별도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


(2). 반인도적 국가범죄 공소시효 배제에 관한 법적 문제

■ 국제규범들은 대량학살 및 전쟁범죄 등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배제해 왔음. 
   ○ '뉘른베르크 헌장' 제6조 제3항(1946년)
   ○ '전쟁범죄 및 반인도적 범죄에 관한 시효부적용 협약'(1968년)
   ○ '유고슬라비아 전범재판소 규정' 제5조(1993년)
   ○ '르완다 전범재판소 규정' 제3조(1994년)
   ○ '국제상설형사재판소를 위한 규정' 제7조(1998년)

■ 하지만 우리나라는 위 국제규범(국제법)을 명시적으로 수용하거나 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제법 체계하의 규정만으로 국가권력의 중대한
인권침해를 유효하게 통제할 수 없는 상황임. 즉 '국가기관이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시민을 살해 또는 고문하는 등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시민의 인권을
중대하고 명백하게 침해하거나 이 침해행위를 조직적으로 은폐·조작한 행위'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별도의 입법이 필요한 상황. 

■ 한편, 중대한 국가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이를 사후적으로 적용하는
문제에 있어, 죄형법정주의와 소급효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있으나, 1996년
헌법재판소 의견(5·18특별법 위헌제청에 대한 결정)을 비롯해 법조계 내에서도
'공소시효 배제'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제출되고
있음.
 
  ○ 공소시효는 '행위의 가벌성 여부'에 관한 제도가 아니라 '소송조건'의
하나이므로, 실체법의 경우와는 달리 소급효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음이
타당함. 
  ○ 소급효금지의 원칙은 행위 당시 행위자의 모든 판단과 신뢰를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 시민의 자유와 안전 및 법적 생활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보호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행위자의 판단과 신뢰만을 보호하는 것임. 
  ○ 일정 기간의 경과로 당연히 형벌을 면제받을 것이라는 신뢰는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보호받아야 하는 절대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 상대적
의미를 가질 뿐임.

■ 공소시효 배제를 범죄행위 이후의 입법을 통해서 실현한 입법례. 

<국내>
  ○ '헌정질서파괴범죄의공소시효등에관한특례법'(1995년) 
      ※ '헌정질서파괴범죄' 및 '집단살해죄'의 공소시효를 원천적으로 배제
  ○ '5.18특별법'(1995년) 
      ※ 사실상 공소시효를 연장한 예임.

<독일의 사례>
  ○ '공소시효에 관한 특별법'(1965년 4월 13일) 
      ※ 1969년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전범과 반인도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내용
  ○ 제9차 형법개정(1969년 8월 4일) 
      ※ 모살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다시 30년 연장
  ○ 제16차 형법개정(1979년 7월 16일) 
      ※ 모살죄의 공소시효를 완전히 배제
  ○ 독일 헤센 주가 제정한 '나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1946년 5월 29일)
  ○ '독일통일사회당의 불법행위에 대한 시효정지법'(1993년 3월 26일)

<국제조약>
  ○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시효부적용에 관한 협약'(1968년
유엔총회)
  ○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시효부적용에 관한 유럽협약'(1974년
유럽의회)
  ○ '국제상설형사재판소를 위한 규정' 제29조(1998년)
       ※ 단, 국제형사재판소 규정은 과거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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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왜냐면>중 일부
이창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최종길 교수 의문사사건(2002년5월 발표), 수지김 간첩조작사건(2001년12월 발표),
청송교도소 박영두 고문치사사건(2001년6월 발표) 등 최근 1년 여 사이 밝혀진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서도 우리는 가해자 중 아무도 법의 심판대에 세우지
못했다. 중앙정보부, 안기부, 교도소, 검찰 등 국가권력이 조직적으로 사건의
조작과 은폐에 개입한 탓에, 진실이 규명되기까지 짧게는 15년, 길게는 30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가해자들의 공소시효는 모조리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국가권력의 비호 아래 자신의 범죄를 은폐했던 가해자들이 승승장구하고, 심지어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버젓이 공직에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깊은
무력감과 정의의 상실감을 느낄 뿐이다. 게다가 공소시효라는 방패막이는 진실을
밝혀내는 데에도 걸림돌이 돼왔다. 사법기관이 ‘소추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의자’의 입을 열기란 쇠심줄을 끊어내는 것보다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법적 부조리 현상을 바로잡고자 올해 초 인권단체들은
‘반인도범죄 등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국회에 입법청원했다. 국가기관이
자신에게 위임된 권력을 악용해 국민을 고문·살해하고, 그러한 사실을
조작·은폐한 행위 등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아예 배제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우리보다 높은 수준의 법치주의와 인권을 보장해 온 세계 각국에서도 이미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서는 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정립해
왔다. 독일 국민들은 2차대전 당시 자행됐던 나찌의 범죄를 청산하는 데 있어
‘공소시효’가 걸림돌로 등장하자, 두 차례나 형법을 개정한 끝에 공소시효의
적용을 아예 배제시켰다. 뿐만 아니라, 196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전쟁범죄 및
반인도적 범죄에 관한 시효부적용조약’과 1998년 채택된 국제형사재판소 설치규정
등을 통해 국제사회는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시효부적용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청산만이 바람직한 오늘과 미래의 초석임을
일찌감치 깨달은 결과다. 우리도 1995년 ‘5·18 내란’ 관련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헌정질서파괴범죄’ 등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제 그
대상을 ‘반인도적 국가범죄’ 전반으로 확대시키자는 것이다. ‘공권력은
처벌되지 않는다’는 등식이 유지되는 한, 이 땅에 정의가 설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진실만 밝힌다면 모두 용서하겠다”는 허 일병 아버지의 말씀은 우리를 자못
숙연케 한다. 나 또한 ‘진실 앞에 속죄’하는 가해자들에게 무작정 필벌의 원칙을
내세우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진정한 용서는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질
때 가능한 일이다. 공소시효라는 법적 한계가 존재하는 한, 유족이나 우리
모두에게는 ‘용서할 권한’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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