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뉴라운드에 대한 우리의 입장

이창근

('투자협정·WTO뉴라운드반대민중행동' 사무국장,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1. 뉴라운드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

전세계 136개 국가들은 현재 올해 11월 30일 ∼ 12월 3일까지 미국 시애틀에서 개최될 WTO 제3차 각료회의에서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뉴라운드)을 출범시킨다는 목표 아래, 뉴라운드에서 다루게 될 의제의 범위, 협상의 원칙, 기간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중에 있다. 현재 제3차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10.7) 및 수정안(10.20) 등이 발표되었으며, 한국 정부도 농업, 서비스, 투자 등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뉴라운드를 둘러싼 각국간의 이해관계가 각 협정별로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 현재의 대립구도를 단순화시키는 데 무리가 있긴 하지만, 크게 보면 뉴라운드의 협상 범위를 놓고 북반구와 남반구 국가들간의 견해차이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즉, 미국, 일본, EU 등의 북반구 국가들은 기(旣)설정된 의제(Built-in Agenda)인 농산물 및 서비스 분야에 공산품, 투자, 경쟁정책, 정부조달 영역 등을 추가하여 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무역자유화 협상의 출범을 지지하는 반면*주), 제3세계 국가들의 경우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결과의 이행문제 및 협정 자체의 결함에 대한 검토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하며, 추가적인 자유화 협상의 출범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제3세계 국가들은 보조금, 지적재산권협정(TRIPs), 무역관련투자조치협정(TRIMs) 등에 내재해 있는 불평등성에 초점을 맞춰 제기하고 있으며, 이에 덧붙여 개도국에 대한 우대조항(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 이행(특히 섬유·의류 협정 관련)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새로운 자유무역 협상인 뉴라운드를 출범시킨다는 것은 합의되었지만, 협상 의제는 기(旣)설정된 농산물 및 서비스 분야와 이미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진 공산품 관세인하를 제외하고, 다른 의제들(투자, 경쟁정책, 정부조달, 노동·환경기준 등)의 포함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어떠한 수준과 범위로든 WTO 뉴라운드의 출범은 기정사실화되어 있고, 위의 새로운 의제들이 설사 당장 뉴라운드에서 의제로 채택되지는 않더라도 WTO 내의 작업반이나 또는 공식·비공식적인 형식을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WTO 기존 협정들 뿐만 아니라 현재 제기되고 있는 새로운 의제들도 함께 검토하여, 우리의 입장을 정립해야 한다.

*주) {{북반구 국가들내에서도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농업, 서비스에 공산품 등 핵심분야만을 선정하여 출범시키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EU/일본은 투자, 경쟁정책, 정부조달 등 보다 포괄적인 무역협상의 출범을 주장하고 있다.}}

2. WTO 체제의 형성과 포괄 범위

2-1.

우루과이라운드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거대한 권력기구인 WTO를 탄생시켰다. '자유무역'이란 이름아래, 상품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는데 걸리적거리는 모든 장벽을 없애버렸고, 규칙을 위반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강제력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대단히 강력한 분쟁해결 절차를 규정해놓았다. WTO는 우루과이라운드 전까지 '자유무역 체제'를 지탱해왔던 것은 '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에 비해 훨씬 다양한 영역을 포함한 명실상부한 범지구적 '권력'이 되었다. 사실 GATT는 '관세' 인하, '쿼터' 조정 등의 수단들을 다뤘을 뿐이었다. 그런데, 우루과이라운드 때부터 '비관세장벽'(non-tariff barriers to trade)이란 새로운 여역을 다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관세장벽'이 의미했던 것은 다양한 국민경제적·사회적 필요에 의한 정책들이었다. 즉, '농민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식량 안보를 위한 정책',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등이 '비관세장벽'으로 취급받으면서, WTO 체제하에서 국가 정책의 자율성은 심각하게 위협받기 시작했다. 또한 WTO는 공산품만을 취급하는 게 아니라, 훨씬 광범위한 영역을 자신의 규칙 아래로 포함시켰다. '서비스' 교역을 '공산품'과 같이 자유화시켜야 한다는 원칙아래, '서비스협정'(GATS)을 만들어냈다. 서비스 교역에는 하수처리/상수도, 모든 운송수단을 포함하는 교통, (초중등, 대학, 성인) 교육, 인간 및 동물의 보건 등 약 160여개의 부문들이 포함된다. 이 협정이 치명적인 것은, 우리들의 삶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제공하는 대부분의 공공영역들이 '자유화'의 압력 하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들이 먹는 물은 당연히 시(市)로부터 싼 값에 제공받아야 하고, 빈부의 차이를 떠나 모든 사람들은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하고, 어디가 아프면 싼 값에 병원이나 보건소에 갈 수 있어야 하는데, WTO는 우리들의 이러한 기초적인 권리들을 자유무역이란 이름아래 자유화·개방화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위의 영역들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기업' 보다는 '공공'의 책임아래 있어야 함에도, 세계 각국은 이 협정에 의해 '서비스' 부문에 대한 시장개방약속을 서둘러 제출해야만 했다.*주)

*주) {{당시 한국정부가 양허하였던 분야에 대해서는 후술하겠음.}}

2-2.

서비스협정에 더해 WTO내에는 숱한 '무역관련' 협정들이 존재한다. 원문으로는 'Trade related'라 표현돼 있다.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무역관련투자조치협정'(TRIMs) 등이 대표적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WTO가 '무역'을 관리하고 규율하는 것을 넘어, 여타의 비경제적·사회적 이슈들을 자신의 체제로 편입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 지적재산권은 '저작권', '특허권', '상표권' 등을 포함하며, 이러한 권리를 획득한 사람은 특정기간동안 독점적인 판매의 권리를 갖게 된다. 이 협정에는 생명체 즉 동식물을 비롯한 미생물까지도 특허가 가능하다고 규정되어 있다*주). 이러한 규정들에 의해 농부들이 내년도 파종을 위해 '자가채종'(自家採種)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현재 지적재산권협정은, 각국 정부가 식물에 관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특허' 제도와 '효과적인'(effective) 개별시스템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데, 만약 어떤 식물 종자가 이미 기업에 의해 '특허'돼 있다면, 그 종자에 대한 자가채종은 불법이 되어 농민들은 기업으로부터 종자를 사야만 하기 때문이다.*주) 이에 대해 농민들은 초국적기업이 무차별적으로 종자에 '특허'를 내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각국별로 존재하는 전통적인 종자보호 방법 혹은 '효과적인' 개별적인 시스템 등을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개별적·전통적인 방법들이 항상 용인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 앞에 '효과적인'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듯이, 그러한 방법들이 미국식 특허 체제에 근접할 때만이 독자적인 종자 보호나 채종이 인정된다. 대부분의 경우 WTO는 제3세계 농촌사회나 원주민 공동체들의 전통적인 종자 보호와 교류 방법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규정은 협정 발효이후 4년 뒤에 검토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이번 뉴라운드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주) {{지재권협정의 27조 3.b항의 규정}}

*주) {{물론 원래 '특허' 제도가 '상업적 이용 가능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만약 어떤 농부가 판매할 목적이 없이 순수하게 자기 가족의 생계를 목적으로 '자가채종'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무리 소농이라도 생계비와 사회적 필요비용을 위해선 농작물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대부분의 '자가채종'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WRO 체제내에는 '무역관련투자조치협정'(TRIMs)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외국인투자와 관련된 국내정책이 WTO의 세력권안에 포함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시 북반구 국가들은 '자동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에게 시장진입 및 설립권리 혹은 "상업적 주재"를 부여하는 내용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제3세계 국가의 반발로 인하여, 온전한 형태의 '투자협정'이 아닌 '투자조치협정'으로 합의된 것이다. 즉, 공산품에 한정된 투자조치들을 다루고 있으며, 해외직접투자는 포괄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 협정은 국민국가의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통제 수단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기업은 국산부품을 일정비율 이상 사용하라'는 등의 국내생산품 정책(local content policy)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즉, 해외직접투자를 국민경제적 필요와 노동자·민중의 권익 향상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정책의 구사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항들은 GATT 규정에 이미 포함되어 있지만, '투자조치협정'은 선진국들에게 WTO내에서 '투자 정책' 전반을 다루는 협정의 체결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가져다 주었다.

3. 뉴라운드의 쟁점과 그 본질

현재 드러나고 있는 뉴라운드에서의 쟁점과 그것의 의미와 영향을 살펴보자. 먼저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이미 논의하기로 약속된 기(旣)설정 의제, 즉 '농업협정', '서비스협정', '지적재산권협정' 등을 둘러싼 쟁점이 존재한다. 농업협정의 경우 미국, 호주를 중심으로 농산물도 '공산품 교역 수준으로 자유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산물수입국을 중심으로 농업의 비교역적기능 및 다기능성을 근거로, 완전한 자유화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농산물수입국의 논리를 근거로, 신축적이고 점진적인 자유화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유전자변형농산물(GMO)에 대한 수입규제 완화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유전자변형농산물은 인류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초국적곡물기업과 미국 등은 건강에 유해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유전자변형 농산물에 대한 어떠한 규제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위생 및 검역에 관한 협정'(SPS)에 규정된 '인간이나 동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을 위해 회원국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나, 충분한 과학적인 근거와 명료성 및 예측가능성을 요구'하는 조항(제2조 2항)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농업협정에 있어서 '농산물의 비교역적 기능 및 다기능성'을 역설하며, 신축적·점진적 개혁·개방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의 외교통상부 당국자의 발언은 '협상의 과정에 따라서' 농업 부문을 우루과이라운드때처럼 포기할 수도 있음을 엿보이고 있다. "정부로서 국내농업에 대해 영원히 보호막을 해줄 수 없다. 농업보호는 세계화 추세에 역행한다. 농업의 산업, 인구비중이 저하되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는 산업발전 전략에서 우선 순위를 정해 지원할 수밖에 없다."(한덕수 본부장 인터뷰 발췌) "농업분야와 일부 서비스 분야에 대하여는 구조적으로 수세적인 입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무조건적인 반대나 방어논리만으로 일관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농산물 관세의 대폭인하, 각종 보조금의추가적인 감축 등 일련의 자유화조치는 이미 UR협상에서 합의된 것으로서, 개방의 속도와 폭이 쟁점사항이므로, 우리로서는 농업분야의 급격한 개혁보다는 점진적 자유화를 달성하도록 협상과정에서 노력하는 것이 최상의 대책이라고 할 것이다. 농업의 다기능성에 대한 논리 개발 등을 통하여 농산물 수출국들의급진적 개방요구를 둔화시키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논리를 농업분야에서만 계속하여 인정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는 점도 동시에 염두에 두어야 한다."(이시형, 외교통상부 세계무역기구과 과장)

한편, 서비스협정(GATS)에서는 155개 서비스 분야 전체를 대상으로 추가적인 자유화·개방화가 논의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민중들의 기초적인 생활을 담당하는 공공영역이 대거 포함되어, 열악한 국내 공공서비스는 더욱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의료, 교육, 교통, 통신 등이 급격한 자유화의 압력에 놓일 것이다. 특히 이번 뉴라운드에서, 미국은 아직도 대다수 국가들에서 공공의 책임아래 존재하는 보건의료 및 교육 서비스 시장에 대한 자유화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서비스산업연맹(CSI)은 명시적으로 "많은 해외 국가들에서 의료 서비스가 대부분 공공 부문의 책임아래 있었다. (따라서) 미국의 민간 부문 의료공급자들은 외국시장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말하면서, 이번 WTO 회의에서 자유화의 영역과 속도가 급속히 확대되고 촉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협정들이 맺어진다면, '모든 의료 서비스의 제공과 의료 시설 소유를 외국인 투자자에게 용인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공공의료 정책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다. 지난 우루과이라운드 때 한국은 11개 분야 155개 서비스 업종 중 8개 분야 78개 업종에 대하여 이미 시장개방을 약속하였다. 여기에는 통신서비스, 시청각서비스(영화 및 비디오 제작·배급, 음반 제작·배급 서비스), 환경(하수서비스, 폐기물처리), 금융(예금, 대출, 금융리스, 지급 및 송금, 생명보험, 비생명보험 등), 전문직서비스(공인회계, 세무, 도시계획 및 조경설계 서비스 등) 등이 포함된다. 약속하지 않은 분야에는 교육, 보건 및 사회 서비스 분야들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 정부가 WTO에 제출한 서비스협정 논의 제안서에 보면, "한국은 GATS 발표이후 단순히 GATS를 이행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경제구조의 개혁과 외국인투자유치 환경조성 등을 위하여 서비스부문의 추가자유화와 규제완화를 추진하여" 왔음을 밝히면서, "GATS의 적용대상이 되는 모든 서비스 분야가 차기 서비스협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는 민중들의 기본적 권리인 교육권과 건강권도 자유화·개방화의 대상으로 상정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지적재산권협정(TRIPs)에서는 '생명특허권'을 둘러싼 대립이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정부그룹에서는 지적재산권협정에 대한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동식물 및 미생물은 특허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연의 존재 양식 자체를 '특허'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최근 발표된 각료회의 선언문 수정안에 보면, 세계건강기구(WHO)가 규정하는 '기초의약품'까지도 특허의 대상으로 규정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기초의약품'도 특허 대상으로 설정됨으로써 국내 제약회사의 수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민중들의 입장에서 보면 '기초의약품'을 구입하는데 있어서도 더욱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새로운 의제들로는 싱가포르 각료회의에서 제기된 '무역과 투자', '무역과 경쟁정책', '정부조달 투명성' 등이 존재한다. 이 이슈들이 뉴라운드에서 의제 상정될 것인가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당장 의제로 채택되는가 마는가를 떠나서 이러한 이슈들은 장기적으로 WTO 체제내로 포섭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역과 투자' 이슈이다. 국제적인 투자규범의 제정 필요성은 북반구 국가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해외직접투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초국적기업 및 북반구 국가들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온전한 투자협정을 WTO 체제내에 편입시키는 것에 실패한 북반구 국가들은 95년 이후, OECD와 WTO라는 두 개의 틀내에서 다자간투자규범을 체결하려는 계획을 추진시켰다. 다자간투자협정(Multilateral Agreement on Investments;MAI)이란 이름으로 OECD는 논의를 시작했으며, 이는 국제시민사회의 강력한 저항에 굴복하여 지난 98년 10월 좌초되고 말았다. 한편 WTO내에서의 투자협정 체결 노력은 알파벳 순서만 바뀐 다자간투자협정(Multilateral Investment Agreement;MIA)이라는 이름으로 드러났다. 특히 유럽연합에 의해 주도된 WTO내의 투자협정 체결 노력은 제3세계 국가들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결국 1996년 12월 싱가포르 각료회의에서 '무역과 투자' 작업반을 설립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무역과 투자' 이슈는 아직 뉴라운드의 의제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의 논의 동향에 따르면, 호주를 비롯한 다수의 국가들이 제안한 "'무역과 투자' 작업반이 향후 2년 동안 연구작업을 계속하고, 그 이후 '해외직접투자를 위한 규칙과 규율에 관한 협상의 시작과 체결의 가치를 권고하는'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자"라는 중립적인 입장이 채택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이는 협상이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는 유럽연합의 입장과 협정의 체결을 위한 협상의 개시를 반대하는 개도국의 입장 사이에 다소 중립적인 안이지만, 이는 결국 WTO내의 다자간투자협정이 언젠가는 논의될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해준다. WTO내에서 다자간투자협정 체결을 협상의 기본 토대는 유럽연합이 지난 95년 3월 제출한 "국제직접투자를 위한 평탄한 경기장"이란 보고서가 될 것이다. 이 보고서에는 * 해외 투자자들에 대한 모든 분야에서의 자유로운 시장진입 및 설립권, 그리고 100퍼센트 소유권 보장 * 해외투자자에 대한 "내국민대우"와 "비차별" 원칙 * 이익의 완전한 회수와 본국으로의 자유로운 송금 보장 * 국내기업에 유리한 조세제도 및 법률의 개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다자간투자협정은 해외직접투자를 국민경제적·사회적 필요에 따라 민족국가와 민중이 통제할 수 있는 수단들을 '완전히' 제거해버릴 것이다.

한편 또 다른 국제적인 투자규범의 토대가 될 다자간투자협정(MAI)*주)에서는, * '투자'의 개념이 대단히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어 포트폴리오투자 등 투기자본의 활동까지 제도적으로 합법화시켜 주며, * 국민경제적 필요에 따라 해외직접투자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정부의 권리도 불법화시키고 있으며-설립전(前)단계(pre-establishment)에서부터 보호함-, * 심지어 초국적기업들에게는 '자신들의 이익에 침해되는 정부의 조치가 취해질 때', 정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까지 보장한다. 하지만, 노동, 환경, 인권 기준을 지키지 않는 초국적기업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조합이 제소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주) {{다자간투자협정(MAI)은 지난 95년부터 경제개별협력기구(OECD)에서 논의되어 오다, 지난 98년 10월 프랑스가 '문화적예외'라는 주장을 하며 협상테이블에서 빠져나오면서 논의가 중단된 협정이다. 전세계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은 민주주의적 기본권, 생태계,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MAI에 대해 반대해왔다.}}

4. 정부의 대응전략과 우리의 입장

가. 정부는 WTO뉴라운드에 대응함에 있어서 '시장의 논리', '경쟁의 논리', '경제적 논리'를 거둬들이고, 그 반대로 한국사회 민주주의와 민중들의 기본적 권리의 증진과 발전이라는 기본 관점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비교우위론적 경제논리에 의해 수출전략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농산물 시장을 내주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산업이 발전되면, 국민 전체의 이익이 될 것이라던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그것은 재벌의 부만 극도로 늘려주었을 뿐 숱한 농민들과 농촌공동체는 파멸의 늪으로 빠져버리고 말았고, 민중들에게 부는 결코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았다. 현재 정부는 각종 경제지표를 내세우며 '경제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다고 진단하며, 더욱 확실하게 IMF식 개혁·개방정책을 실행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것의 연장에서 뉴라운드에 대응하고 있다. "국부의 65%정도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으며, 개방된 통상국가를 통상정책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가 경제위기의 여파를 완전히 벗어나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자유무역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주)는 정부담당자의 언급은 정부의 기조를 확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가속화된 IMF식 개혁·개방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은 '주식시장'에 투기바람을 일으키고, 숱한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민중들의 기본적 권리를 그나마 충족시켜주던 '공공서비스'는 '민영화'라는 이름하에 축소되어, 민중들의 삶은 더욱 고통스러워졌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일례로, 교육에까지 시장의 논리를 적용해 '작은 학교'를 없애고 '보건소'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려는 정부의 정책은 헌법에도 보장된 민중들의 교육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뉴라운드를 IMF식 개혁·개방 정책, 즉 '시장의 논리, 경제의 논리'하에 대응한다면, 그것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민중들의 기본권과 우리가 쌓아왔던 민주주의의 심각한 침해를 가져올 것이다.

*주) {{외교통상부 WTO과장 이시형, 'WTO 뉴라운드협상과 우리의 대비'}}

나. 정부는 '더 이상의 자유화', 특히 투자, 경쟁 정책, 정부 조달 등의 새로운 영역들이 WTO 체제내로 포섭되어 논의되는 포괄적 다자간자유무역협상(뉴라운드)의 출범 주장을 철회하라.

현재 정부는 포괄적 자유무역협상으로서의 뉴라운드를 주장하고 있다. 즉, 우루과이라운드때 이미 설정된 '농산물 및 서비스' 후속 협상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WTO 각료회의 제기사항인 '무역과 투자', '무역과 경쟁', '정부조달 투명성' 등의 신통상의제를 포함한 포괄적 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의제들에 대한 정부 의견서까지 WTO에 제출하면서, 포괄적 무역협상 출범의 전도자로 나서고 있다. "이제는 '무역협상=우리시장개방'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상대국의 무역장벽을 해소하고, 투자, 정부조달 등의 다자간 규범을 정립함으로써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여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IMF 관리체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개혁과 개방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UR대보다 우리의 전반적 자유화 수준이 크게 향상되어,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협상전략을 추진할 여건이 어느정도 구비되어 있다고 본다"(이시형, 외교통상부 세계무역기구 과장)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입장은 '적극성'이란 개념으로 포장되기는 했지만, 경제적으로 '기업'의 이해만을 대변하고 있을 뿐 상대적으로 민중들의 삶 향상, 사회적 차원의 발전이라는 요소들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현재 대다수 제3세계 국가들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WTO 협정들이 자신들에게는 별다른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한 불평등한 협정이었으며, 더구나 선진국들이 우루과이라운드 때 약속했던 개도국에 대한 우대조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의제를 추가하는 포괄적 자유무역협상 출범에 반대하고 있다. 대신 WTO 기존협정들에 대한 이행 여부를 우선적으로 다루고, 불평등한 협정들의 개정을 위한 '뉴라운드' 출범을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자유무역 체제인 WTO가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공평하게 부를 재분배해오지 않았다는 것과 WTO 기존 협정들이 제3세계에 불리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준다. 우리는 이러한 개도국들의 주장인 '협정의 불평등성과 부의 불공평한 분배'가 남의 나라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WTO 기존 협정들에 의한 한국경제의 자유화·개방화는 국내 재벌들의 부 축적에만 기여했을 뿐, 노동자·농민들의 삶, 사회복지, 생태계, 민주주의적 기본권 등의 발전에는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가장 많이 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구제를 위해, 당시 국회에서 통과되었던 WTO특별법의 시행령이 아직도 제정되지 않았으며, 직불제도도 미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 우리는 '뉴라운드' 출범을 유보하고, 대신 기존 WTO 협정들에 대한 포괄적이고 철저한 검토와 평가 특히 민주주의, 환경, 보건, 인권, 노동권, 여성 및 아동의 권리, 주변화된 국가와 발전 등에 미친 영향에 대한 평가를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조합'의 전면적인 참여 속에서 수행할 것을 요구한다.

WTO의 지난 5년동안의 '성적'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원래 WTO가 '국제적인 부(富)의 재분배', '전세계적인 고용기회의 확대'라는 휘황찬란한 구호아래 건설되었음을 기억한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부는 공정하게 재분배되지 않고 소수의 초국적기업들에게로 집중되었으며, 빈곤은 확대되었다. '더 많은 고용창출'도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했을 뿐이다. 실제로 초국적기업들은 1993∼1996년 사이에 외국에서의 산출량을 26%나 늘린 반면, 총고용인은 4%나 줄이는 '놀라운' 기술을 발휘했다. 국내의 외자기업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다. 대한중석의 경우 해외매각 후, 후생복지의 삭감과 더불어 50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당했으며, 만도기계의 경우 조합원 1천여명이 잘려나갔다. 이러한 사실들에서 우리는 WTO가 추구하는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 체제'가 고용기회를 확대할 것이라는 약속이 전혀 이행되지도 않았음을 확인한다. 또한 대다수 제3세계 국가들도 WTO 기존협정의 불평등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수많은 국내외 시민사회 단체들이 새로운 포괄적 자유무역협상의 출범을 유예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WTO 체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새로운 이슈들이 WTO로 포섭되어 그것의 포괄범위와 권한이 확대되는 어떠한 협상에 대해서도 '유예'해야 하며, 대신 그것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불평등성과 영향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조합'의 전면적인 참여 속에서 조사하고 평가할 것을 요구한다.

라. 우리는 특히 해외직접투자의 자유화와 보호를 위한 '무역과 투자' 이슈, 즉 WTO내 '다자간투자협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국내외기업의 이해만을 대변하면서, 대다수 민중들의 삶과 권리, 사회적 발전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외자도입만이 경제발전의 지름길'이라는 잘못된 관점에 기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무역과 투자' 이슈와 관련된 한국 정부의 제안서에 따르면, * 이 협상은 WTO체제내에 다자간투자협정의 체결을 목표로 해야 하며, * 협상 범위는 해외직접투자(FDI)에 초점을 맞추고-단기자본이동 제외- * 이행의무 부과는 '최소화'되어야 하며, * 분쟁해결은 WTO의 절차를 적용-투자자/국가간의 분쟁은 배제-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제안이 OECD에서 논의되었던 다자간투자협정(MAI)에 비하면, 낮은 자유화수준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서 해외직접투자(FDI)와 단기성투기자본의 구본이 대단히 어려울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해외투자자들에 의한 '투자'가 과연 우리에게 진정으로 유익한가라는 점은 냉철하게 짚어져야 한다. IMF위기 이후,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20%이상이 이미 해외투자자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 증권거래소의 분석에 의하면, 올들어 해외투자자들의 평균 주식보유 기간은 약 9.3개월이며, 이는 지난 96년의 22.3개월에 비하면 훨씬 줄어든 것이라 한다. 더구나 지난 8월에는 3∼4일단위로 사고 팔고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들은 올 들어서만 2조5천억원 어치의 보유주식을 팔아치워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 이러한 분석은 해외투자자들이 국내주식시장을 한낱 단기차익의 실현을 위한 '도박장'으로밖에 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두 번째로, WTO내의 '다자간투자협정'이 비록 낮은 수준으로 논의되고, 체결된다고 하더라도, 한국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한미투자협정'과의 관계 때문에, 보다 높은 수준으로 해외투자자를 보호하는 한미투자협정을 기준으로 대우해야 한다. '최혜국대우'라는 원칙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 투자자와 여타의 다른 국가 투자자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할 수 없으며, 보다 호혜로운 조건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한미투자협정 미국측 표준안에 따르면, '투자'는 단기자본이동까지 포함하며, '이행의무부과'는 금지되고,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는 권리'까지 보장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WTO내의 투자협정과 한미투자협정 모두는, 해외투자자의 권리만을 전적으로 보장하고, 민주주의적 기본권과 국가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것의 체결 노력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보론. WTO 뉴라운드의 주요 이슈들에 대한 입장

기조 : 포괄적 자유무역협상으로서의 뉴라운드는 유예되어야 하며, 대신 기존 협정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와 평가가 진행되어야 한다. 다음은 기존 협정에 대한 검토와 평가를 함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간단히 정리한다.

- 농업협정

* WTO 농업협정에 의한 국내 농업의 파괴, 농민 생존권에 미친 영향을 전면 검토해야 함. 농산물은 기본적으로 '식량안보', '농민 생존권 보호', '생태계 보전'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함

*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생물 다양성' 및 국민 건강권에 미친 영향에 대한 조사·검토, 그 이전까지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무역 금지

- 서비스협정(GATS)

* 서비스협정이 공공서비스의 축소, 민중들의 삶에 미친 영향 조사·평가,(IMF 이후 진행된 광범위한 공기업 민영화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도 포함)

* 자본거래의 완전한 자유화에 따른 국민경제 및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에 대한 평가, 자본이동에 대한 통제수단 검토

- 지적재산권협정(TRIPs)

* 동식물을 비롯한 미생물에 대한 '특허'를 보장해줌으로써, 제3세계 발전 및 민중들의 삶에 미친 영향 조사·평가

- 무역관련투자조치협정(TRIMs)

* 국내생산품(local content) 정책을 금지하는 사항이 국민경제적 발전과 사회적 정책에 미친 영향 평가

- 무역과 투자(싱가포르 각료회의 제기 사항)

* 뉴라운드 의제 상정 자체에 대한 반대 - EU, 일본, 한국 등이 주장하고 있는 위 의제는 1) 해외직접투자를 국민경제적·사회적 필요에 의해 취사선택할 수 있는 국가의 권리를 박탈하거나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으며, 2) 해외투자자들에게 모든 기업활동에 있어서 완전한 '내국민대우'를 부여함으로써, 국민경제적 조절 수단을 박탈하는 것

- 정부조달 투명성(싱가포르 각료회의 제기 사항)

* 정부조달영역 투명성에 관한 '잠정적 협정'을 체결하려는 것은, 어느 국가이건 GNP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지맞는 시장을 WTO내로 통합시키려는 계획

* 공공성이 강한 정부조달영역을 '초국적기업'에게 개방하는 것을 반대하며, 따라서 정부조달영역 투명성이 뉴라운드 의제로 상정되는 것 자체에 대한 반대

- 무역과 경쟁정책(싱가포르 각료회의 제기 사항)

* 해외 경쟁자들에게 공정한 시장접근과 개방을 위한 WTO 국제경쟁규범의 제정은, 초국적기업에게 부의 집중을 더욱 심화시킴

* 따라서, 뉴라운드에서 위 의제가 채택되는 것 자체에 대한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