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정보화 실태와 과제

김혜경 (노동정보화사업단)


1. 들어가며

"그런데, 자본가들은 이들 기기와 시스템을 노동자계급에게 널리 보급하지 않을 수 없고, 또 노동자계급의 머리와 손을 빌려 이들 기기와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들 정보기기와 시스템이 착취에 저항하여 싸우는 노동자계급의 투쟁에서 그들의 무기가 될 수 있고, 또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과 기타 통신을 통해서 투쟁에 필요한 정보를 나누고, 연대투쟁을 강화하여 가는 것, 그를 위한 '독립적인' 통신망을 확립하는 것, 이러한 것들이 갈수록 중요해져 가고 있고 또 실제로도 강화되고 있다. 자본측의 반응은 각종 형태의 억압과 검열이다. ...(중략)... 이러한 검열과 투쟁하여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자유로운 정보화 사회를 여는데에 있어서 하나의 과제일 것이다" ('97 서울국제노동미디어 자료집 중에서 '세계화, 정보화, 노동운동' 채만수)

95년 한국통신 파업에서 보여준 정보통신기기의 위력은 그 인프라의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몇몇 노동조합에서 상업통신망 안에 게시판들을 개설하고 정보화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전국적인 조직에서는 통신망을 이용한 간부간의 소통과 지침 전달, 행사알림등에 획기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에서 개최된 '97년 서울 국제 노동미디어' 행사는 노동운동, 더 포괄적으로는 운동진영이 어떻게 정보통신을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해 보는 자리가 되었다. 워크샵 3의 주제였던 '노동운동과 정보화'에서는 노조에서 CUG이용에 대한 사례발표(서울지하철노조)에서부터 노조조직 관리프로그램, 정보화와 교육, 인터넷 활용, 노동데이터베이스구축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다. 이런 논의들은 당연히 우리나라 노동운동내에서는 최초의 시도들에 대한 사례발표를 통해 노동운동 전체로 어떻게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가능성 타진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로부터 다시 2년이 경과한 99년 현재, 우리는 그간 논의되고 시도되었던 노동운동내의 정보화에 대해 다시한번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에 직면해 있다.

그간 노동조합 정보화의 양적인 성장-이것은 게시판과 홈페이지의 증가, 조합에서의 정보통신 이용을 말한다-, 정보 인프라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서서히 각 노조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정보화사회에 대한 논의가 자본에 의해 주도되면서 조금씩 초조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글은 지난 4년간 선진적으로 정보화를 도입했던 노조의 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와 앞으로 추진해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의 시작을 위해 준비되었다.

2. 노동조합의 정보통신 현황

노동운동에서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것은 그 원년을 95년 한국통신 파업으로 잡더라도 이미 4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에서 정보통신 기술은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으며 그 4년의 시간동안 어떤 것이 변해 왔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2.1. CUG, 홈페이지 개설 현황

□ CUG 개설 현황

① 하이텔 : 한국통신노조, 평화은행노조, 전국대학강사노조, 전국도시철도노조, 외환은행노조, 한미은행노조, 국민은행노조, 조흥은행노조 (이상 8개)

② 천리안 : 한국노총, 정부투자기관노조, 전력노조, 섬유노조, 화학노조, 데이콤노조, 조흥은행노조, 쌍용정유노조, 전교조, 금속연맹 (이상 10개)

③ 나우누리 : 전교조, 철민추/지하철노조, 기업은행노조, 주택은행노조, 한국노총, 공무원노조, 대우자동차노조, 병원노조, 금융노련, 현대자동차(판매/정비)노조, 한국노총 금속노련, 한국노총 화학노련, <현대자동차노조, 현대중공업노조, 민주노총충북본부, 건설노련, 전국의보노조, 기아자동차노조, 민주노총울산본부, 민주노총서울본부> (이상 20개, <>안은 진보넷으로 옮겨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상태임)

④ 진보넷 : 민주노총, 공공연맹, 금속산업연맹, 과학기술노조, 기아자동차노조, 전국의보노조, 만도기계노조, 철도·지하철, 기아현대공대위, 세진컴퓨터노조, 현대중공업노조, 사무금융노련, 현대자동차노조, 부산새마을금고노조, 화학연맹, 건설노련, 민주섬유연맹, 전일노련, 전/해/투, 민주노총 서울본부, 민주노총 충북본부, 민주노총 경기본부, 민주노총 울산본부, 민주노총 인천본부, 민주노총 부산본부, 서울여성노동조합, 서울장애인노동조합(준), 전국여성노동조합, 동우공영노동조합 (이상 28개)

* 노민추/현장조직 : 한국통신 현장사람들,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 한전노민추, 길병원노민추 (이상 4개)

□ 홈페이지 개설 현황

민주노총, 민주노총 울산본부, 한국노총, 한국노총 구미지부, 한국노총 부천지부, 부천지역노조, MBC노조, 중앙일보 노조, 성대 강사노조·강사협의회, 인하대노조, 재능교육노조, 전교조, 전국대학노조, 포항공대노조, 한국외대노조, 전국의보노조 음성성모병원지부, 서울지하철노조, 아시아나노조, 금융결제원노조, 대우자동차 사무직 노조, 서울지역 사무전문서비스직 노조, 사무금융노조, 전국손배노조, 금속산업연맹, 만도기계노조, 전국전력노조, 한라중노조, 현대자동차노조, 현대자동차노조 서울지부, 현대정공 노조, 현대정공기술지부, 현중노조, 공공연맹, 전국공무원노조(준), 한국전력본사지부, 한국통신노조, 한난방노조, 과기노조, 한국통신 대구본부, 전국 축협노조, 한국관광공사 노조, 한국노총 금융노련 (이상 현재 파악된 것만 42개)

2.2. 정보통신 활용 현황

각 노조의 정보통신 활용 현황을 조사하는 것은 너무도 방대하고 어려운 작업이라 시간과 인력의 한계로 충실한 조사는 하지 못했다. 아래에 참고로 제시될 자료들은 홈페이지와 CUG가 개설되어 있는 노조를 중심으로 현황을 대강 파악하고, 몇몇 사업장과 연맹의 담당자를 면담하여 정리한 자료이다. 따라서 아래 노조들은 정보화에 대한 고민과 모색이 상당히 진행된 단위이며, 그나마 가장 선진적으로 정보통신을 활용하고 있는 노조라고 볼 수 있다.

□ 설문지 및 면담 조사 노조

총 15개 중 민주노총 11개(전국의보노조, 현대자동차노조, 민주노총울산본부, 한국지역난방공사노조, 서울지하철노조, 사무금융노련, 공공연맹, 한국통신노조, 민주노총서울본부, 재능교육노조, 세진컴퓨터랜드노조), 한국노총 3개(한국노총, 금융결제원노조, 금융노련), 기타(전국여성노조)

2.2.1. 데이터베이스 현황

- 노동뉴스 DB 금융결제원노조

- 산하 노조현황 DB 민주노총서울본부(현재 엑셀파일), 공공연맹 준비중

- 조합원 DB 공공연맹, 사무금융노련 준비중, 지하철노조, 민주노총울산본부

- 단위노조 일일소식 DB 한국지역난방공사노조

- 실무자 임금 DB 한국노총

- 조직 DB 한국노총

데이터베이스 현황은 노조 업무의 전산화와 표준화 정도를 보여준다. 위에서 보여지듯이 당연히 있어야 할 조합원 DB나 산하노조 현황 DB 조차도 제대로 구축된 곳이 드물다. 물론 워드나 엑셀 같은 것으로 작성된 곳도 있겠지만 그것으로는 체계적인 관리가 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2.2.2. 노조 간부의 정보통신에 대한 인식 정도

간부들의 경우 정보통신에 대한 중요성과 활용 필요성은 모두 인식하고 있다고는 하나 세부예산책정이나 전임자 선정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어떤 담당자의 말을 빌리면 정보통신 분야는 예산 삭감 1순위라고 한다.

정보통신을 주로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조합 간부들 혹은 현장의 선진 활동가 그룹이었으며 그 용도는 전자메일, 게시판 공지, 내부 문서의 소통(회의록 등)이다.

그나마 정보통신의 이용도가 높은 간부들의 수준이 단순한 자료의 전송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정보통신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부족함을 보여준다. 한 노조나 연맹의 정보통신정책이 간부들의 인식에 기반하는 것을 생각해 볼 때, 간부교육은 시급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한국노총의 경우 99년 9월부터 내부 Lan을 이용한 수퍼팝업을 사용하여 각 담당자의 자료를 공개하고, 의사소통을 원할하게 하고 있는데, 위원장 이하 실무진들의 정보통신 마인드를 높이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자체적으로도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정보화 추진 실무위원'을 구성하여 노동조합 정보화에 관한 모든 내용과 방향 설정을 토론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도 중앙본부 상근자 교육부터 시작해서 본격적인 정보화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있어서 정보통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2.3. 정보통신 담당자 현황

각 노조에서 정보통신 담당자로 전임하고 있는 경우는 세군데(민주노총 본부, 한국노총 본부, 한국노총 금융노련) 뿐이었으며, 나머지는 홍보·문화·조사통계 등의 일과 함께 게시판 시삽 정도의 역할을 맡고 있거나, 아니면 조합 안에서 지위·직책이 정확히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홈페이지 제작, 관리 등의 일을 맡고 있었다.

대부분의 담당자들은 남들보다 컴퓨터를 조금 더 잘 하거나, 관심이 있어서 담당자로 선정되었고 따로 교육을 받은 경우는 드물었다. 지하철 노조의 경우 사내에 노동정보화소모임을 꾸려 함께 학습하고 이 성과가 게시판과 홈페이지, CD제작 등의 실질적인 노동조합의 정보화로 나타났으며, 소모임 성원 중에서 운영자가 계속 배출되고 있다.

주로 하는 일은 게시판과 홈페이지 관리에서부터 서버관리 전반에 이르기까지 맡고 있었으며, 컴퓨터 이용에 서툰 조합 간부들을 개인적으로 교육하거나, 조합내의 컴퓨터 수리까지 일상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전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와 게시판 구축에서부터 개편, 관리 모두를 책임지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나, 책임감과 열정으로 이 일을 해 나가고 있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역시 다른 일과 중복되어 정보통신 부분에 전념할 수 없다는 것과 기술적인 어려움이라고 대답했다. 서버 운영이나 홈페이지 구축에 따른 기술적 한계를 느껴 혼자 알아서 공부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에 대한 극복방안으로 정보통신 관련단체와의 연계나 담당자 소모임, 사내 동호회 구성 등이 시도되고 있었다.

2.2.4. 운영에 관한 문제점과 전망

담당자들이 운영에 있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노조소식/행사 공지, 조합원 의견수렴, 자료 게시, 내부 조직화 순으로 나타났다.

조합원의 참여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여가 시간이 없다 (5) / 홍보부족 (4) / 통신사용방법 모름 (3) / 사측의 탄압으로 근무시간 중에 사용할 수 없음 (2) / 컴퓨터가 없거나 있어도 업무중에 사용키 힘들다 (2) / BBS의 폐쇄성-id가입, 요금납부 등 (2) / 노조에 관심이 없다 (2) / 토론문화 정착이 안되어 의견개진을 회피한다 (1) 로 나타났다.

여가시간이 없다는 답변이 많은데서도 알 수 있듯이 점차 노동강도가 강화되면서 조합원들이 게시판이나 홈페이지에 들어올 시간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관리자들이 근무시간 중에 통신이나 인터넷을 하는 것에 대해 '논다'고 보는 시각도 문제인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조합의 게시판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사무실에서 곱게 보지 않거나, 노동조합의 활동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실은 정보통신의 정책이 노동강도 강화에 대한 저지투쟁과 노동시간 단축, 힘있는 노조 건설과 같은 전체 노동운동의 방향 속에서 함께 고민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운영에 관한 계획은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중이거나 구상중 (5) / 다양한 정보의 제공으로 조합원 유인 (4) / 전용서버 구입 (3) / 간부교육 (2) / 메뉴개편 / 적극적인 홍보 / 쌍방향 통신에 더욱 신경쓸 것 / 내실있는 운영 /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운영을 쉽게 하는 것 구상중

운영과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지는데, CUG와 홈페이지 활용이 잘 되는 곳과 안되는 곳이 서로 달랐다. CUG와 홈페이지 운영이 잘 되는 곳은 주로 회사의 사내통신망을 이용하는 경우인데, 조합원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었다. 이런 곳은 조합원의 높은 관심으로 담당자들도 그에 따른 많은 고민과 더 접근이 쉬운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메뉴구성의 문제와 정보제공의 문제는 어느 곳이나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였다. 기존의 게시판이나 홈페이지가 주로 소식/알림 위주의 메뉴로 구성되어 일상시기에 조합원이 조합의 게시판에 들어올 필요성과 재미를 못 느꼈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개설된 게시판 메뉴를 살펴보면 공지사항, 회원가입, 전자우편, 자료실, 알림판, 소식란과 1-2개의 자유게시판으로 천편일률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메뉴구성만 보더라도 조합원은 참여의 주체가 아닌, 대상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게시판(취미별, 사안별 게시판등)의 활성화, 설문조사 형식의 전자투표, 조합원끼리의 대화방 등의 메뉴 개발과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생활정보의 제공을 모색하고 있다.

2.2.5. 교육 현황

노동조합 자체 컴퓨터 교육장이 있는 곳은 거의 없으며, 회사의 교육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1/3정도 되었다. 게다가 다들 바쁜 일정에 쫓겨 교육조차 제대로 이루어 진 곳이 드물었다. 그러나 정보통신담당자들은 복지후생 차원에서라도 노동조합이 주관하는 컴퓨터 교육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교육에 있어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비용에 대한 부담이라고 한다. 대부분 외부강사와 외부의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리 만만한 비용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설령 회사에 교육장이 있더라도 회사에서 빌려주기를 꺼려 애를 먹기도 하였으며, 아예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단위사업장에서 정보통신 교육을 위해 교육장을 만든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문제로 현실성이 없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조합원들이 -특히 생산직의 경우- 컴퓨터의 사용법을 모르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교육은 꼭 필요하다. 울산지역에서는 조합원에게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의 일환으로 조합원 자녀를 대상 컴퓨터 교육까지 시도하고 있다. 정보통신 교육의 확산을 위해 민주노총이나 지역본부 차원의 교육장 마련이 필요하며, 사회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진보넷 교육장 이용 등-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2.3. 새로운 흐름 : 사내 통신망(INTRA-NET)의 활용

사내통신망은 특히 사무직을 중심으로 많이 활용되었는데, 이는 사측의 필요에 의해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며 전반적인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사내 통신망에 대한 대응도 두 가지로 나뉘는데, 회사 서버의 한 공간을 할당받아 활용하는 경우와, 자체 서버를 갖추어 전면 활용하는 경우이다. 사내 통신망 메뉴의 한 쪽을 빌려 노조의 게시판으로 쓰는 경우 조합원의 접근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노조만의 내용을 착실히 담아내기 어렵고, 운영에 있어 실권을 사측에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우 불리한 조건에 있다. 이에 비해 사측과 협상을 통해 사측의 서버를 확보하고 운영권을 가지게 되면 훨씬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

한국통신의 경우 사내 통신망의 게시물 조회수가 하이텔 게시판보다 2배에 달한다고 한다. 의보 노조 또한 인트라넷을 통한 노조 게시판 구축으로 조합원들의 폭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고, 이를 통해 조합 내의 여론이 주도되고 있다. 10월 1일 있었던 선거에서는 통신으로 유세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내 통신망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사내에서만 주로 소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타 사업장이나 전체 노동운동과의 연대와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회사를 나가면 전혀 통신을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투쟁시기에도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되기 때문에 따로 다른 통신망을 이용하지 않으면 투쟁소식이 실시간으로 외부에 전달되지 않는다. 재능교육이나 한전 노민추의 경우처럼 회사측에서 서버를 쓸 수 없게 차단 또는 폐쇄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사내 통신망을 이용하여 성공적으로 조합원의 참여와 소통을 이끌어내는 경우라도 인터넷망을 이용한 홈페이지와 다른 통신매체 이용을 고려하게 된다.

3. 노동조합의 정보통신 정책 수립을 위하여

지금까지 부족하나마 노동조합에서 정보통신을 활용하고 있는 현황을 살펴보았다. 노조 정보화의 상태를 진단하기 위한 세밀한 조사가 가까운 시일내에 반드시 시행되어야 함을 느끼며 지금까지 논의된 것을 기반으로 노동조합의 정보통신 정책 수립을 위한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조사된 노조는 그나마 매우 앞서나가고 있는 노조들이다. 지난 4년여의 기간은 여러 선진 인자들이 각자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시기였다면, 이제부터는 그간의 경험과 교육를 토대로 노동조합에서 적극 정보통신을 사고하고 한 단계 발전을 이루어야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통신을 이용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자체가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많이 부족한 형편이었으나, 이 문제는 아주 빠른 속도로 해소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통신망이 잘 깔려 있고 각 조합원에게 컴퓨터가 지급되었다고 해도, 노조의 게시판이나 홈페이지가 모두 저절로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노조 홈페이지나 게시판에 조합원이 목적의식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을 돌아다니다 보면 많은 유익한 정보에서부터 하다못해 포르노사이트까지 너무나 무궁무진한 정보와 오락과 재미로 각각 사람들을 유인하고 있다. 그런 골짜기와 산을 넘어 노동자를 노조의 게시판과 홈페이지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는 쉽게 이야기해서 노동조합의 게시판, 홈페이지가 어떤 자기만의 특성을 가지고 조합원에게 다가갈 것인가에 대한 정책 수립의 문제로 돌아온다. 노동조합에서 명확한 정책방향을 수립하여 정보통신을 활용할 때, 정보통신은 노동운동의 강력한 무기로 비로소 제 역할을 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3.1. 오픈마인드의 형성 - 노동조합내의 자체 검열을 없애자

노동자가 정보통신 영역에 진입하는데 있어 부딪칠 수 있는 문제점을 하나씩 짚어보자면, 첫째로 검열의 문제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컴퓨터에 익숙지 않거나, 통신공간에 익숙지 않는 조합원은 위의 조사에서도 지적되었듯이 ID를 치고 들어가는 과정이나, 글쓰기를 기본으로 하는 정보통신 공간에서의 의사표현 과정에 많이 낯설고 당황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말과는 달리 글은 기록으로 계속 남아 있기 때문에 사측에서 보고 있을 것이란 두려움으로 글쓰기를 꺼리게 되기도 하고, 그것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느끼게 된다. 그러나 ID를 치고 들어가는 과정은 어쩔 수 없더라도 적어도 게시판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어야 하는 부담감에서 해소될 수 있는 익명게시판 같은 것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번 워크샵을 위해 담당자들과 면담하면서 익명게시판에 대해 물어보면 생각의 차이가 매우 컸다. 노동조합은 목적의식적인 활동을 하기 위한 조직이므로 조합원간의 단결을 해칠 수 있는 글이나 사실무근의 글들이 책임없이 올라온다면 매우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익명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는 노조들을 볼 때 익명게시판은 나름대로 충분히 활용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합에 대한 비방글이 올라오거나 욕설이 올라와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자체적인 운영규칙 -예를 들어 개인의 이름이 거명되는 경우나 심한 욕설의 경우 운영자가 삭제한다는 원칙등-을 가지고 운영하거나 조합원의 자정능력을 믿고 꾸준히 보다 생산적이고 민주적인 토론문화를 이끌어나간다면, 보통 3개월 정도 지나면 큰 문제없이 운영된다는 것이다. 또한 익명게시판은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의 의식을 읽어낼 수 있고, 회사의 문제점를 폭로하는 등 점차 조직의 건강성에 큰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조합원은 사측 뿐만 아니라 조합에도 불만이 많을 수 있으며, 이러한 의견들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노조의 몫이다. 노조에서조차 언론의 자유, 토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조합원은 노조를 진정한 대안 조직으로 인식하기 힘들다.

둘째로, CUG 자체의 폐쇄성이다.

조합에서 운영하는 대부분의 CUG나 홈페이지의 경우 회원가입을 해야만 내용을 볼 수 있는, 말 그대로의 '폐쇄이용자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직의 내부 문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보호장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모든 자료를 다 막아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어떤것만 개방할 것인가를 선정할 것이 아니라, 꼭 막아놓아야 할 자료만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기노조의 경우 논의를 위해 폐쇄했더라도, 이후에 개방하여 논의 과정에 관한 평가와 의견을 듣는다고 하는데, 이런 방식도 매우 바람직하다.

조합의 게시판이나 홈페이지는 조합원들이 물론 주인이지만, 조합의 활동을 대외적으로 알려내는 장이기도 하며, 일반 대중과의 만남을 통해 더욱 풍부한 내용을 가질 수도 있다. 이러한 열린 자세는 다음에 이야기할 네트워크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3.2. 네트워크의 장점

대부분의 담당자들은 메뉴의 단조로움과 정보의 부재를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정보의 부족은 다른 노조 게시판이나 자료를 통해 서로 보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게시판들은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포맷의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상업통신망과는 달리 진보넷과 같은 독립 네트워크는 자체적으로 진보적인 정보와 운동에 관한 속보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진보넷 메뉴의 속보게시판과 자료실을 공유할 수 있고, 노동운동 단체에서 제공하는 정책자료 또는 다양한 사회운동 영역에서 제공하는 풍부한 자료를 함께 공유할 수 있다.

또한 각각의 노조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 -예를 들어 공공연맹은 정부의 공공기관에 관한 정책을 금융노련은 금융정책 정보를,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의 건강권과 관련한 자료를 가장 풍부하게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금융결제원 노동조합의 경우 "외부에 우리 노조를 알리고 나아가 정보제공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사내통신망을 통해 제공하던 매일노동뉴스와 금융정보를 홈페이지를 만들어 인터넷에서도 제공"(설문지 답변에서 인용)하고 있다. 이런 자료들이 하나씩만 모아져도 거대한 노동자료 데이터베이스, 거대한 공공정보 데이타베이스가 구축될 수 있고, 이런 데이터베이스들은 조합의 정책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로 넘어와서 보자면, 매일 노동관련 뉴스를 검색하여 제공하는 작업도 매일노동뉴스(MNEWS), 노동조합정보(TU), 노동네트워크(go lnews) 등이 같은 작업을 중복해서 하고 있다. 이는 운동역량의 낭비일 수밖에 없다.

모든 정보와 자원을 노동넷, 진보넷과 같은 독립네트워크로 모아내자. 그리고 그 정보를 공유하자.

3.3. 차별화된 정보의 제공

조합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차별화된 정보란 어떤 것일까?

한국지역난방공사의 텔넷 게시판을 보면 무려 20개의 (자유)게시판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게시판의 자료들은 모두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조합원이 올리는 것이며, 조합원 각자가 정보 제공자가 되는 것이다. 정보통신이란 조합원들이 단순히 정보를 제공받는 수동적인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정보제공자가 되어 하나의 의미있는 그룹을 형성하는데 의의가 있다. 중요한 것은 사소할 지라도 노동자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제공하고 제공받는 정보의 구축이다.

또한 이미 서술했다시피 몇몇 홈페이지에서는 노동정보 또는 금융정보와 같이 노조가 자신의 업종 특성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이는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각 산하 노조별로 임금과 근무조건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상하고 있는 곳도 있다. 예를 들어 예비 노동자들이 취업을 준비하면서 회사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할 때, 그 회사의 홈페이지보다도 노조의 홈페이지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정보 외에 노조의 활동에 관한 소개와 근무환경에 관한 선배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면 분명 의미가 있다. 조합의 홈페이지를 만난 예비 노동자들은 회사에 입사해서도 조합활동에 관심을 가질 것은 당연하다.

3.4. 일상적인 투쟁의 장

각 게시판의 조회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느끼겠지만, 대부분의 조합에서 정보통신의 위력을 실감한 것은 임단투나 구조조정등과 같은 투쟁의 시기이며, 투쟁이 마무리되고 일상적인 시기가 되면 조합원들은 노조를 찾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현상을 당연시하게 되면, 노동조합은 사회야 어떻게 되건 말건 조합원의 이익만을 쫓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전락하지 않을 수 없다. 일상적인 시기에도 조합원 상호교류와 단결을 이루어 내기 위해 통신공간을 공동체적인 분위기로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의 투쟁이 일년에 한 두번의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것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일상적인 투쟁이란 사측의 갖가지 현장 통제 전략과 사원들에 대한 감시에 대한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불합리한 인사, 권위적인 사내 위계질서에 따른 직장문화,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희롱, 노동강도의 강화, 노동시간의 연장 등 다양한 현장내의 문제에 대해 노조는 항상 먼저 문제제기 하거나, 조합원이 문제제기 하고 토론을 제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토론실의 운영뿐만 아니라, 게시판에 쓰여진 작은 불만에도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는 자세, 사내의 분쟁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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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에서는 상시적으로 게시판, 홈페이지를 감시하고 있다. 노조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조합원의 권리를 지켜내는데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분명 결정적인 투쟁시기에 위력적인 힘을 만들어낼 것이다.

정보통신은 그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조합에서 정보통신을 활용한다는 것은 더더욱 기술적인 접근이어서는 안된다.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과 운영이 그대로 반영되는 하나의 창구라고 보아야 한다.

조합의 게시판이나 홈페이지는 그것 자체로 민주적이며, 조합원의 입장에서 철저히 일상적인 투쟁을 전개하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공동체로서 기능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정보와 오락의 홍수속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4. 마치며 : 구체적으로 준비되어야 하는 것들

4.1. 산별조직의 인프라 구축

산별노조 건설은 민주노조운동의 당면 과제이자, 현실의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산별노조로 가게 되면 더욱 많은 노조가 뭉쳐지게 되고, 각 소속노조에 대한 현황 파악만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러한 산별 시대에 정보통신은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공룡같은 거대 조직에서 정보통신은 피를 돌게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연맹 차원의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 무료 ID, Email address 발급에서부터 컴퓨터 보급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생산직 같은 경우 접근권에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내 컴퓨터실의 마련과 정보통신 교육시간을 따내기 위한 단협안을 마련하는 것도 산별의 토대를 다지는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홈페이지 운영에 있어 연맹에서는 대외 홍보를 위한 각종 정보 구축과 더불어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다양한 장치들, 특히 현장의 선진 활동가를 위한 자리가 필요하다. 각 노조에서 활동하는 간부와 선진 활동가들이 자신의 입장과 정책,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그들의 정책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장치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 제안하여 총회를 소집하거나 총회에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를 마련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외국에서는 이미 홈페이지를 통한 조합원의 가입과 쟁의 상담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63만명의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는 아메리카통신노동자들(CWA)은 자신의 홈페이지와 함께 개별기업들의 홈페이지를 한데 모아 조합원간의 의사소통을 도우며 전자메일 등으로 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한겨레신문 9월 7일자 인용)는 사실은 점차 다가오는 산별의 시대를 대비하는 정보통신 정책이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되는 시급한 사항임을 우리에게 환기시켜 주고 있다.

4.2. 인식 전환이 급선무

노동운동을 책임지는 중앙집행단위에서 정보통신을 바라보는 올바른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보통신이 단순히 홈페이지를 만들고 CUG를 개설한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단계에 왔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보통신을 담당하고 사업을 고민할 수 있는 담당자를 선정하고 내부 조직체계에 편입해야 한다. 예를들어 정보통신국이나 정보통신부를 개설해야 한다.

정보통신부에서는 홈페이지 운영에서부터 조합원교육, 단위노조 전산화 정도까지 파악하여 노동운동의 한 축이 될 정보전산화에 주력해야 한다.

4.3. 정보통신 담당자 정기 모임

위의 조사에서도 보여지듯이 담당자는 아직도 너무나 부족하며, 이중 삼중의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각 단위별로 정보통신 담당자를 세우고 노조 간부부터 마인드를 높여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정보통신 담당자는 단순히 기술자가 아니다. 조합의 게시판과 홈페이지는 대중적으로 열려있는 조합의 얼굴로서 기능해야 하며, 정보통신 담당자는 조합과 대중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아야 한다. 연맹이나 조합에서는 정보통신 위원회 같은 회의체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정책을 논의해야 하며 담당자는 이러한 정책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운영 노하우를 쌓아 나가야 한다.

각 노조별로 정보통신 기술 활용의 격차가 큰 것은 이러한 각각의 노하우와 구상들이 공유되지 못해서이다. 한 곳에서 열흘 걸려 뭔가 하나를 만들어 냈다면, 다른 곳에서는 그것을 전수받아 오일만에 구축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연맹차원 또는 총연맹 차원에서 담당자 회의를 정기적으로 소집하여 서로의 운영 노하우와 기술적인 정보를 교환해야 한다. 이를 통해 더욱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

4.4. 정보통신 운동에 대한 지지와 연대

현재 PC통신 이용 인구는 600만에 이르고, 인터넷 이용인구도 500만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들의 분포를 자세히 뜯어보면 여전히 중산층, 대졸, 남성, 수도권 위주이다. 통신이 새로운 여론의 수단이라고 얘기되는데, 이 여론의 공간에서마저도 노동자의 목소리가 소외되고 있다. 노동자들을 비롯한 소외계층에서도 정보통신의 혜택은 평등하게누릴 수 있도록 하는 공적접근권(Public Access) 확보 투쟁에 이제 노동조합도 나서야 한다. 그것은 전통적인 개념으로 봐도 '노동운동의 조건'을 유리하게 확보하는 싸움이기도 하다.

또한 지식정보화사회라고 일컬어지는 정보화의 진전과 함께 정보통신 노동자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이 커지고 실업이 구조화되는 문제도 정보화와 관련이 크다. 이처럼 자본중심으로 추진되는 정보화에 맞서 인간 중심의, 삶의 질의 향상과 함께 가는 정보화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현시키는 싸움을 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작업장 내의 컴퓨터실의 확보는 그것 자체로 공적 접근권을 위한 싸움이며, 조합의 홈페이지와 게시판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는 검열의 문제이며,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투명한 공개는 알권리(the right to know)의 문제로 제기된다.

노동조합의 게시판이나 홈페이지는 지금도 계속 감시당하고 있을 수 있으며, 조합원 개개인의 정보가 공공기관으로 흘러들어 갈 소지도 충분한 것이다. 이러한 투쟁에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이버 권리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어쩔 수 없이 편입될 수밖에 없는 정보화 사회속에서 언젠가는 노동자 자신의 문제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숫자를 비교한다면 지금까지 구축된 게시판이나 홈페이지의 숫자는 양적으로도 아주 부족한 형편이다. 사실 더욱 더 많은 곳에서 통신을 이용해야 하고 그를 통한 의사소통을 시도해야 한다.

문제는 누가 먼저 앞장설 것이며, 어떻게 하느냐 일 것이다.

사실, 기술이라는 것은 그것 자체로 자본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노조 전임자 임금을 주네마네 하는 상황에서 컴퓨터를 과감하게 들여놓으라는 이야기는 매우 비현실적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조합이 산별을 지향하고 있는 마당에 그것이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젊은 노동자들은 계속 유입될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래 저래 컴퓨터를 배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속에서 노동자들의 사이버 공간으로의 진입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더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다.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만이 막강한 자본에 기반한 저들의 현장 장악 공세에 맞설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