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에서의 여성 전략

- 보다 정치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자.

장여경(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국장)

" … 사이버 페미니스트들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과 위치를 명확히 구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 새로운 통신 기술을 전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권력과 통신 네트워크에 침투하여 교란시키는 세계적인 운동을 촉진시킬 수 있다 … 인터넷 안에 정치적인 페미니즘 환경을 만드는 것은, 현재의 젠더, 인종, 계급구조 등에 대한 도전이 된다. 그러한 정치적인 환경이 유효하기 위해서 사이버 페미니스트들은 … 인터넷 공간의 유토피아적, 신화적 구조에 저항해야 하고, 다른 투쟁적인 인터넷 그룹과의 행동 동맹 속에서 싸워야 한다. 사이버 페미니스트는 초국적인 페미니스트, 탈식민주의적 발상과 연대를 선언할 필요가 있으며 그런 발상을 지원하기 위하여 통신기술과 전자네크워크에 대한 '저들의' 접근수단을 활용하는 활동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인용부호는 인용자)

----- Faith Wilding, 'Where is Feminism in Cyberfeminism?'*주)

*주) {{Faith Wilding, 'Where is Feminism in Cyberfeminism?', The First Cyberfeminist International, Kassel, Germany, 20-28 September, l997. 원문은 아래의 주소에 있다. http://www.art.cfa.cmu.edu/www-wilding/wherefem.html. 번역된 글 [사이버페미니즘에 페미니즘은 어디 있는가?]는 http://dalara.jinbo.net/webzine4/4_translate0.html에 있다.}}


들어가며

사이버 공간에 진입하기까지 여성들은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성역할에 입각한 교육, 그에 따른 기계적인 지식·인식의 부족, 여성 기술자의 부족과 여성에 대한 고려가 없는 설계와 같은 장벽들을 넘어야만 한다. 그리고 사이버 공간에 진입한 이후에는 다시 담화의 남성 지배와 검열, 온라인 성폭력이 여성들을 가로막는다. 특히 수잔 헤링*주)에 따르면 컴퓨터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computer-mediated-communication)이 성별을 중성화시킨다는 종래의 주장과는 반대로, 여성과 남성이 인터넷에서 글을 올리는 스타일에 뚜렷한 차이가 있으며 여성과 남성은 서로 다른 의사소통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다. 또한 남성 이용자가 숫적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토론의 참여 빈도와 주제, 표현 양식이 현저하게 남성 지배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고, 만일 여성들이 참여 빈도를 높일 경우 이에 대해 매우 격렬한 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온라인'이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남성 해커'의 이미지를 쉽게 연상시키듯, 온라인은 양적인 면에서 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지극히 남성적인 공간인 것이다. 이와 같이 여성들의 온라인 활동을 방해하는 장벽들에 대하여 헤링은 여성에 대한 간접적인 검열이라고까지 부르고 있다.*주) 물론 권력에 의해 행해지는 직접적인 검열 - 국가 권력이나 서비스제공업자(ISP)들의 판단 기준에 따른 게시물 삭제나 아이디 박탈도 여성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사실 포르노그래피 규제를 명목으로 한 검열에 대해서는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오랜 논쟁이 있다. 이 자리에서 세세하게 검토할 수는 없으나, 분명한 것은 판단 기준과 집행을 일방적으로 권력에 위임했을 경우에 여성들의 담론, 특히 페미니즘 정치나 성정치 담론이 억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 차단 소프트웨어들이 상당수의 페미니즘 정보, 특히 동성애 관련 자료들을 차단하고 있다는 연구 조사*주)는 최근 한국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사이버 국경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짐작케 한다. 1998년 PC통신망 천리안은 온라인 성희롱을 신고한 여성 피해자에게 오히려 아이디가 '불량하다'며 가해자에 대한 조치보다 그 아이디를 삭제하는 데 더욱 신속했던 바 있다.*주) 이는 온라인 성희롱 문제를 구조적인 문제로 진지하게 취급하지 않을 뿐더러 문제의 원인을 오히려 피해자에게 돌리는 사회 전반적인 성차별적 풍토와 관계가 있다. 그리고 이런 성차별적 지배 집단에게 무제한적인 검열 권력을 쥐어주는 것은 대표적인 여성 온라인 진입장벽으로 꼽히는 '온라인 성희롱'을 해결하는 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 {{Susan C. Herring, "GENDER DIFFERENCES IN 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BRINGING FAMILIAR BAGGAGE TO THE NEW FRONTIER"(1994). 번역된 글은 아래의 주소에서 찾을 수 있다. http://dalara.jinbo.net/webzine5/5_trans_susan_1.html}}

*주) {{Susan C. Herring, "Gender and Democracy in 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in Rob Kling(ed), Computerization and Controversy, V-C, pp.476-489 (1996). 요약발췌하여 번역된 글은 아래의 주소에서 찾을 수 있다. http://dalara.jinbo.net/webzine5/cmc11.html}}

*주) {{Seth Finkelstein, 'Internet Blocking Programs and Privatized Censorship', 1996. http://www.spectacle.org/896/finkel.html}}

*주) {{통신연대 사이버권리팀, {98사이버권리 백서}, 1998, p.231-245.}}

그래도 기대할 것이 있다 : 효율성의 도구

이런 겹겹의 진입 장벽들을 헤치면서까지 여성들이 사이버 공간에 진입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적어도 정보통신기술의 도구로서의 효율성은 주목할 만 하다.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거나 인터넷에 대하여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여성단체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국내에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 (http://www.women21.or.kr/), <한국여성민우회>(http://www.womenlink.or.kr/),<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http://www.kwwnet.org/kwwau/index.html)와 같은 주요 여성단체들이 몇 년 전부터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 단체나 작은 단체들의 홈페이지도 점점 늘고 있다. 이 홈페이지들은 단체와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주로 현안이나 캠페인에 대한 대중적인 교양과 참여를 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한다. 이런 기능적인 측면에서 분명 홈페이지는 기존의 매체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대중을 포괄할 수 있을 뿐더러 멀티미디어까지 포함하는 뛰어난 출판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메일링리스트*주) 활용도 활발해지고 있다. <달나라딸세포> 메일링리스트(dalara@list.jinbo.net)에서는 240명 이상의 가입자들이 여성문제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토론하고 있으며, 각국의 여성 활동가들이 메일링리스트를 이용하여 국제적인 주제에 대하여 함께 논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접속 환경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접속 시간과 용량에서 부담이 큰 멀티미디어 서비스보다 글자(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메일을 이용한 소통이 더욱 효과적이다.

*주) {{인터넷 메일링리스트는 특정 주제에 공통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메일 주소를 하나의 인터넷 메일 주소에 등록시켜 사용하는 인터넷 메일 서비스이다.}}

월드와이드웹을 기반으로 한 홈페이지가 계속 다양해지고 멀티미디어화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이와 같이 텍스트 소통 매체들의 가능성은 아직까지 무궁무진하다. 세계 여성운동의 주제들을 포괄하고 있는 APC(Association for Progressive Communcations)의 여성관련 뉴스그룹(news.igc.apc.org)과 같이 여성, 혹은 여성운동을 주제로 한 인터넷 뉴스그룹*주)도 좋은 참고처로 등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사회단체들이 대중적인 PC통신망에 폐쇄이용자그룹(CUG)을 개설하고 대중과 만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 {{뉴스서버를 이용하여 주제별로 그룹화된 토론방을 제공하는 서비스. 마치 각각의 웹서버에 개설되어 있는 홈페이지들이 인터넷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듯이 뉴스그룹들도 인터넷을 이용하여 서로 연결된다.}}

여성 문제를 주제로 한 사이버 토론회나 인터넷 방송 등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가능성을 꾀하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인터넷의 '지배적인' 경향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불평등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는 활용성만을 주장하는 것이 때로 중요한 문제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 격차의 문제를 사회적인 수준의 문제에서 개인적인 능력차의 문제로 정당화시킬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더 사이버 공간을 전복적으로 사고하자 : 대안 정치의 공간

따라서 우리가 격차의 문제를 인정한다면 여기서부터 우리의 전술을 새로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전략은 이 차이를 오히려 차이의 정치로까지 확장하여 사이버 공간을 전복적으로 전유하는 것이다. 기술이 무성(無性)적이지 않다고 했을 때 홈페이지에서조차 성차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개인 홈페이지들과 비교적 공식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홈페이지들에서도 성별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달랐다는 연구조사*주)는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여성들의 방식으로 소통하는 여성들만의 공간에 대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주) {{Jill Arnold & Hugh Miller, 'Gender and Web Home Pages', CAL99 VIRTUALITY IN EDUCATION, The Institute of Education, London, 28-31 March 1999. http://www.ntu.ac.uk/soc/psych/miller/cal99.htm}}

우리는 인터넷에서 '사이버걸주의'를 표방한 홈페이지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GeekGril>(http://www.geekgirl.com.au/) <guerrilla girls>(http://www.guerrillagirls.com/) <riot grrls>(http://socrates.berkeley.edu/~annaleen/riot.grrls.html)와 같은 홈페이지들은 익살스럽고 공격적인 어조로 거침없는 분노를 토해내며 기존 여성운동의 '선전' 방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이버 공간 안에서의 여성적인 주체성을 선언한다. 사이버걸주의를 관통하는 뚜렷한 정치 의식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들은 사이버 공간 안에서 사이버펑크 문학, 미술, 음악과 같은 다양한 문화적 작업들을 수행하며 때로는 과감하게 현실 정체성으로부터 분리를 선언한다. '계몽'이나 '설명'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난 이 실천들은 다소 분리주의적인 여성 전용 공간이 등장할 수 있는 맥락과 통한다.

많은 여성 메일링리스트나 여성 토론방이 여성 전용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여성 문제에 대한 토론에서조차 종종 발생하는 담화의 남성 지배를 방지하려는 실용적인 목적 때문이지만, 여성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하여 자신들의 언어로 거리낌없이 이야기하는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경험이 되고 역사가 된다. 이런 공간에서 비교적 여성들은 자기 검열 기제를 완화시키면서, 여성들에게 있어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소극적인 목소리 밖에 내지 못해 왔던 성(性)에 대한 주제를 다룰 때에도 과감한 고백과 주장들을 펼친다. 그래서 여성전용 토론그룹인 <SYSTER>의 창시자 보그는 여성들의 공간에서 여성에 대한 공격적인 토론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운영하는 것이 충분한 정치적 실천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주) 이와 같이 사이버 공간은 뛰어난 표현 매체이자 정치적인 공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때로는 이런 움직임이 현실공간의 여성운동에 급진적인 목소리를 수혈하기도 한다.

*주) {{Anita Borg, 'WHY SYSTERS?', 1993. http://cec.wustl.edu/~cs142/articles/GENDER_ISSUES/why_systers--borg}}

사이버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익명성은 이런 경우 특정한 경향 안에서 연대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여성 공간들은 익명 게시판이라는 의미 깊은 소통의 실험을 한다. 익명 게시판에서 우리는 여성 전용 공간과 같이 자기 검열 기제를 벗어버린 여성들이 솔직하게 토론하면서 연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들은 공동체적 성격을 띄면서 서로에 대한 교육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하고, 온라인 성희롱과 같은 폭력에 대하여 공동으로 대처하는 정치적인 집단이 되기도 한다.

사이버 공간에 대해서도 보다 정치적이 되어야

그러나 이런 '사이버 분리주의' 실험들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는, 아니, 가능성에 주목하기에 더욱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이 실험들이 현실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어떤 효과를 발휘할 것이냐이다. 온라인 성희롱이 우연히 사이버 공간에서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온라인이라는 기술을 형성하는 성차별적 사회적 맥락에서 발생한 것이듯이, 온라인에서의 싸움 또한 궁극적으로 이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이버걸주의가 처해 있는 맥락이 어느 정도 기술 낙원주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사이버 공간 안에서 되고 싶고 하고 싶은 모든 것은 멋진 것이고" 또 가능하다는 신화가 암묵적인 배경인 것이다. 그러나 기술 낙원주의야말로 기술을 사회로부터 분리하여 탈정치화하려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이며, 우리는 또 여기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인터넷에서 상상해 볼 수 있는 어떠한 새로운 가능성도 우선 그 사회적 맥락과 더불어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만이, 남성중심적인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의 행동이 의미 있는 정치적 행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적이 될 수 있는 것은 사람이지 기계가 아니다."*주)

*주) {{Faith Wilding, 같은 글.}}

따라서 '저들의 기술'을 '활용'이라는 말로 탈정치화시키며 뒤쫓아가는 것은 우리의 전략이 되지 못한다. 우리의 전략은 전세계 여성들의 진입 장벽 문제에 주목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이버 공간 안에서의 정치 행위를 단순한 '출판' 행위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 가능한 상호작용이나 공동체 구성과 연계하는 것이야말로 보다 정치적인 행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접근 문제에 시달리는 여성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소외된 문제들을 부각시키며 보다 광범위한 공동체적 연대를 호소하는 몇가지 사례들을 살펴 보자.

흑인 여성 문제에 대하여 특화된 사이트 <SISTAHSPACE>(http://www.sistahspace.com/)는 흑인 여성 문제에 대한 행동과 참여를 의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활동, 정보들과 메일링리스트, 웹링*주)과 같은 공동체 구성으로, 보다 풍부한 정치적 행동을 끌어내고 있다.

*주) {{서로 떨어져 있는 홈페이지들을 하나의 묶음 안에 링크시켜서 하나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다른 '친구' 홈페이지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

온라인 성희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온라인 단체인 <WHOA(Women Halting Online Abuse)>(http://whoa.femail.com/)는 평소 메일링리스트로 온라인 소식지를 발간하고 토론을 하면서 온라인 공동체로 구성되어 있다가 온라인 성희롱이 발생할 경우 집단적으로 조사하고 행동을 취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온라인 여성 공동체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PC통신 공간에서부터 시작해 이제 웹으로 사이버 '여성퀴어공동체'를 표방하고 나선 <니아까> (http://niagga.com.ne.kr/)가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인터넷이 거대한 흐름이 된지 몇 년이 되었는데도 우리는 우리의 정치적 공간을 아직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하다. 양적으로도 그렇고 질적으로도 그렇다. 일차적으로는 지금까지 언급했던 기술적인 전략이 충분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효율성을 따라왔지만 효율성조차 충분히 살리지 못했던 것은 단순히 기술상의 문제는 아니다. 정보화를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떨어진다는 정보화 이데올로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뒤쫓아가는 데 급했기 때문은 아닐까. 소통하기보다는 자기 주장을 전시하는 데에 집중했기 때문은 아닐까.

효율성의 논리에 따라가기 보다는 더 정치적인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우리의 전략에서 가장 촛점을 맞추어야 할 부분은 '연대'이다. 이 기술의 재능을 진정 우리의 것으로 전유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 공간을 통해 어떤 그녀들을 만나고 어떤 행동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인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자. 신자유주의가 우리의 삶을 지구적으로 착취하고 있는 이 시점에, '저들의 기술'인 정보통신기술은 컴퓨터 너머 저편, 특히 대륙 건너 저편, 바다 건너 저편의 그녀들과 만날 수 있는 수단이 될 뿐 아니라 목적이 될 수 있다. 나의 주장이 마낄라도라(자유무역지대)에 있는 그녀에게 닿고 또 그녀의 목소리가 나에게 닿는 공간이야말로 우리에게 유의미한 정치적 공간일 것이다. 그것은 이 전자 공간의 의미를 바꾸는 것이자, 우리 운동의 주제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