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네트워크의 경험

이 용 근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사무국장)

한국노동네트워크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1년 전인 98년 11월 14일 정식 발족하였다. 숨가쁘고 벅차기만 했던 지난 1년은 정말이지 주먹구구 식으로, 그리고 무대포 정신으로 정신없이 달려오기만 했다. 이제 한국노동네트워크의 서울국제노동미디어 행사를 맞아 노동네트워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현재의 운영 상태를 더듬어보는 감회가 더욱 새롭다.

또 다른 투쟁의 무기, 한통노조 CUG와 총파업 통신지원단

우리나라 노동조합운동에서 컴퓨터통신의 위력을 최초로 절감한 계기는 역시 투쟁 시기였다. 우선 95년에 정부와 정면 대결을 벌인 한국통신노동조합 투쟁이 바로 그것이다. 이 때 정부는 '국가전복' 운운하며 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해 대대적인 수배령을 내리는 등 전면탄압했으나, 수배된 지도부가 CUG(Closed User Group; 하이텔, go KTTU)를 통해 투쟁지침을 하달함으로써 전국 각지 수백개 지부 5만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의 투쟁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는 매개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한편 96년 12월 26일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통과에 맞서 96년말∼97년초에 전개된 전국 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 때 통신공간의 지지여론을 선도하고 인터넷을 통한 국제연대의 첨병이 된 [총파업 통신지원단]의 활동은 노동운동의 정보화에 한 획을 긋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정보통신운동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자발적인 통신인들의 참여 유도를 통해 구성한 총파업 통신지원단은 당시 온라인 상에서 '블랙리본 운동'과 '[파업지지] 말머리 달기 운동'을 전개했었다. 그 결과 하루에도 수백 수천 건의 글이 올라가는 통신망의 여론광장인 'PLAZA' 난에는 파업초기 70% 이상의 글이 [파업지지]라는 제목을 단 글로 뒤덮이게 된다. 또한 통신지원단에 집계된 숫자만도 300개가 넘는 통신 동호회·포럼과 100여개의 홈페이지가 블랙리본을 대문에 게시하는 블랙리본운동에 동참했으며, 온라인으로 전개한 노동법 안기부법 철폐 서명운동에 7천여명의 국내외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등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이다. 나아가 '총파업(STRIKE) 홈페이지'는 외국에서 국내 투쟁 소식을 접하는 가장 유력한 창구가 되면서 인터넷 메일을 통한 국제적인 지지여론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처럼 총파업 통신지원단은 컴퓨터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통신공간에 총파업 지지여론을 유도하고 국제연대를 확산하는 활동을 진행하면서 국내외로부터 신선한 충격을 몰고 온 바 있다.

노동조합의 PC통신 BBS 경험 - CUG

한통노조 CUG 경험과 노동법 총파업시기 PC통신의 역할에 대한 실증적 체험을 지렛대로 하여 노동조합운동에도 CUG 붐이 일기 시작한다. 95년 5월 나우누리에 전교조 CUG가 만들어진 후 이어서 철도·지하철노조와 금속연맹이 CUG를 만들게 되고, 96년 9월과 12월에는 민주노총 CUG와 한국노총 CUG가 각각 만들어지면서 노동조합의 CUG 개설은 더욱 본격화되었다.

노동조합의 CUG는 PC통신 BBS 형식으로서, 우선 노동조합이 온라인 상에 만든 공적인 게시판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는 사업장 내에 인쇄매체를 붙이도록 마련된 게시판과는 달리 장소와 시간의 제약 없이 통신 장비만 있다면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든 노동조합의 소식과 지침, 홍보물 등을 접할 수 있다.

또한 CUG는 '쌍방향성'이라는 PC통신의 특성상 노조의 각종 활동에 대해 조합원 개개인의 의견을 쉽게 올리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하며, 나아가 조합원간에 만남과 나눔이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공동체이기도 하다. 물론 조합원끼리만 의사소통하는데 그치지 않고 일반 국민들과도 교감할 수 있는 장이다.

그리고 CUG는 노동조합의 각종 자료와 정보를 체계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노동자료 데이터베이스 기능도 있기에 노동조합 관련 자료를 언제나 어디서든 볼 수 있고 보다 쉽게 검색할 수 있으며 영구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처럼 노동조합의 조직 운영과 교육·선전, 정책활동과 민주적 의사수렴 등을 보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신공간에 '온라인 노동조합'인 CUG를 만드는 노조들이 한통노조 CUG 활용과 노동법 총파업 시기를 경과하면서 급증하였던 것이다.

LaborMedia 행사 통해 노동네트워크 필요성 공감

'CUG 현상'으로 표현되는 노동조합의 정보화에 대한 관심을 또 한 단계 끌어올리고, 특히 국제연대에 대한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관심과 시야를 한층 넓히는 중요한 자리가 97년에 있었다. 『'97 서울 국제 노동 미디어』(Seoul International LaborMedia '97)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97년 11월 10일부터 3일간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영국, 네델란드, 미국, 캐나다,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등 8개국 20여명의 외국인과 연인원 1,000여명의 국내인이 참석하여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 중에는 영상(비디오)운동 관계자와 함께 미국의 LaborNet과 영국의 LabourNet 관계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LaborMedia 행사 동안 각국의 노동네트워크 경험이 소개되고 국제노동네트워크(Global LaborNet)가 제안되기도 하는 등 열띤 토론이 있었다. 이와 함께 '한국노동네트워크'에 대해서도 수많이 언급됐었지만, 아쉽게도 이 행사에서는 그 구체적인 상이나 건설 경로 등에 관해서 논의할 만큼 충분히 준비되지 못하였기에 이후 과제로 돌리고 끝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노동네트워크'가 필요하고, 그 준비에 당장 착수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과제인식만으로도 아주 소중한 행사였다.

한국노동네트워크 건설 과정

LaborMedia '97 행사가 끝난 후 이 행사를 주관했던 『LaborMedia '97 조직위원회』는 이후 행사에서 과제로 남겼던 '한국노동네트워크'를 건설을 준비하기 위해 98년 4월 『노동네트워크 추진 준비모임』을 구성하게 된다. 한편, 이때 사회운동진영 공동의 독립네트워크 구성과 네트워크의 물리적 자원(하드웨어, 통신회선, 장비 등) 제공을 목표로 한 『진보네트워크센터 추진 준비모임』도 함께 발족하였다.

이 두 준비모임은 진보네트워크와 노동네트워크의 주요 서비스가 될 BBS 사업과 인터넷 사업에 관한 기획과 준비를 거쳐 8월 20일 시범서비스를 시작하였다. PC통신망인 참세상 BBS는 'telnet://jinbo.net'으로, 그리고 인터넷에는 'http://www.jinbo.net'(진보네트워크)와 'http://www.nodong.net'(노동네트워크)이라는 주소로 각각 서비스를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범서비스 과정을 거쳐 98년 11월 14일에 『진보네트워크센터』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가 정식 출범하기에 이른다.

노동네트워크 건설 과정에는 많은 노동조합과 노동운동단체들이 공식적으로 참여하였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모두 참여하고,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등 노동 전문 연구기관, 그리고 노동정보화사업단, 노동자뉴스제작단 등과 같은 정보통신·미디어 관련 단체 등 모두 17개 노동조합·단체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에 회원단체로 참여함으로써 노동네트워크는 한국 노동운동에서 정보소통의 구심으로서 자리잡게 되었다.

노동네트워크의 PC통신 BBS 구성과 운영

노동네트워크에서 제공하는 PC통신 BBS 서비스는 그 특성상 text 위주로 되어 있어, 주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소통을 하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활용하는데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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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LABOR 한 국 노 동 네 트 워 크 ☎(02)774-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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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입/안내        ┌열린┐ 11. 토론광장 13. 노동교육/상담실

───────┚ └마당┤ 12. 살아가는 이야기 14. 투쟁/기획 게시판

2. 전자우편                  └──────────────────────

───────┚ ┌모임┐ 21. 노동조합포럼 23. 노동문화네트워크

3. 대화방            └마당┤ 22. 노동단체포럼 24. 동호회

───────┚          └──────────────────────

4. 단체알림판      ┌정보┐ 31. 속보게시판 33. 자료실

───────┚ └마당┤ 32. 노동정보/소식 34. 국제노동(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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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T ♨ 77. 근로복지공단개혁, 산재보험제도개혁!

∴ Issue! ∴ 88. 제2회 서울국제노동미디어 99. '99 노동자 투쟁과 함께

──────────── < NodongNet Today > ────────────

★ 소식 ☞ 법원, 중노위가 노동조합이 낸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안을 내지 않고

성실교섭을 권고한 경우 이미 조정절차를 마친 것으로 볼 수 있어

이후 이뤄진 쟁의행위는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만도기계 파업공판에서)

[LaborNet]───────────────────────────[NodongNet]

<노동네트워크 BBS 메뉴 구성 - 초기화면>

현재 노동네트워크의 BBS 메뉴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여마당] : 노동네트워크 이용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글을 올리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곳. 이곳에는 이용자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만의 메뉴를 꾸며 개인의 주장이나 자료들을 올려놓을 수 있는 '개인게시판'도 만들 수 있고, 주제토론이나 서명운동 등 캠페인을 제안하여 개설할 수도 있다.

[모임마당] :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단체들이 조직 내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포럼'(CUG)이 있는 곳. 현재 노동조합포럼을 만든 노조가 30개 있고, 노동단체포럼을 만든 단체는 25개이다.

[정보마당] : 노동 관련 자료와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제공하는 곳. 현재 각종 투쟁소식 등 속보를 올리는 게시판이 있고, Binary 자료실도 있다. 특히 노보-소식지 정보나 노동뉴스 정보 등 전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단체에서 제공하는 노동정보를 볼 수 있기도 하다.

[Hot Issue] : 노동운동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다루어지는 주제에 해당하는 메뉴를 Top 화면에서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99년 3월 민주노총이 과거 상업통신망인 나우누리에 있던 CUG를 노동네트워크로 옮겨오면서 노동네트워크의 이용자는 크게 늘어났고, 노동조합포럼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노동네트워크에 회원으로 가입한 이용자는 830명 정도인데, 이 중 노동조합에 관련된 이용자 ID는 500개 정도 되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민주노총 CUG에 회원으로 가입한 이용자는 약 1500명 정도 된다. 이처럼 짧은 기간 내에 노동네트워크와 진보네트워크의 이용자가 늘어난 것은 민주노총의 공식 결정이 큰 영향을 미쳤음에 분명하다.

한편, 노동네트워크에 현재 개설된 노동조합포럼은 노민추, 현장조직까지 포함해서 모두 34개이다. 이는 하이텔이 8개, 천리안이 10개, 나우누리가 20개(진보네트워크로 옮겨 사실상 폐쇄된 것을 빼면 12개)인 것에 비교하면 1년도 안되는 기간에 이룬 큰 성과라 하겠다.

그러나 이는 또한 노동네트워크가 현재 일반 이용자들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보다는 CUG라고 하는 노조·단체의 공적 게시판 기능 위주로 이용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현재 CUG가 주로 조직의 공적인 연락이나 소식 전달, 자료 공유 등 행정적인 용도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기층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의 의사소통과 연대를 이끌어내는 명실상부한 노동운동의 정보공동체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노동네트워크의 인터넷 웹페이지 구성과 운영

노동네트워크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웹페이지는 멀티미디어 기능을 응용하여 보다 시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고, 쉽게 하이퍼링크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다양한 사이트를 구성하려고 하고 있다.

[메인 페이지] : 노동운동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는 사이트를 연결하고, 특히 긴박하게 진행되는 투쟁에 대해 소개하고 연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Action Alert 페이지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회원단체들의 웹페이지를 링크해 놓고 있다.

[노동네트워크 소개] :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에 대해 소개하는 페이지

[주간노동뉴스] : 노동네트워크에서 발행하는 <노동네트워크 주간뉴스>를 게시판 형식으로 올려놓고 있다.

[노동정보마당] : 노동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페이지로, 현재 '노조-기관지-소식지 정보'를 올려놓고 있다.

[자료실] : Binary 자료를 올려놓는 곳이다.

[멀티미디어 자료실] : 사진과 음성, 동영상 자료를 올려놓고 있다. 특히 99년 총파업투쟁 시기에는 총파업 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투쟁사진 갤러리를 구성했고, 슬라이드 쇼도 구현했으며, 노동네트워크에서 제작한 음성/동영상 뉴스방송을 리얼 플레이어로 제공하기도 했다.

[국내 노조단체] : 국내 노동 관련 사이트들을 모아놓은 진보디렉토리의 '노동' 부문을 연결해 놓고 있다.

[외국 노조단체] : 외국 노동 관련 사이트들을 모아놓았다.

[자유게시판] : 노동네트워크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의사소통용 게시판이다.

[속보게시판] : 각종 투쟁소식 등 속보를 올리는 게시판이다.

[서명게시판] :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서명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게시판이다.

[메일링리스트] : 노동 일반을 주제로 한 'labor' 메일링리스트에 가입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사이트이다.

사실 우리나라 통신 이용 특성상 아직 PC통신 BBS 이용자층이 많은 관계(특히 노동자의 경우)로 노동네트워크도 인터넷 웹사이트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못해왔다. 노동넷 웹페이지를 관리할 웹마스터도 지금까지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맡기다 보니 자주 교체되면서 책임 있는 운영을 못해와서 현재는 노동네트워크 사무국에서 웹마스터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사무국의 상근자가 1명밖에 없는 관계로 일반 행정 업무와 BBS 관리만으로도 아주 벅찬 상태라서 최근에는 최소한의 운영 외에는 업데이트가 안되고 있다.

그래도 올 4월 서울지하철 총파업을 기점으로 한 민주노총 총력투쟁 기간동안에는 노동네트워크의 메인페이지 자체를 'Strike99 홈페이지'로 운영하면서 투쟁 상황을 공유하고 연대하는 주요한 매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한 최근에는 노조 결성에 대한 방해와 탄압에 맞서 '재능교육노동조합'이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 사업장이 흩어져 있는 조합원들을 조직하고, 최근에는 파업 시기에 주요한 의사소통의 장으로 노동네트워크 자유게시판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운동 연대와 투쟁의 무기로서 인터넷은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네트워크 영문 페이지의 경우, 언어의 문제로 초창기 운영하다가 그 이후로는 전혀 운영되지 않아서 현재는 폐쇄해 놓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네트워크가 초창기 조직 건설과 안착화에 노력하느라 여력이 없었다면, 이제부터는 국제연대의 주요한 매개가 될 영문 웹페이지 제작과 운영을 우선적인 과제로 삼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노동네트워크의 연대 활동

노동네트워크는 이름이 말해주는 대로 온라인 네트워크 운영이 가장 중요한 활동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노동네트워크는 단지 물리적인 네트워크(인프라)를 만들고 운영하는 기술적·기능적인 측면에 국한해서 바라봐서는 안된다. 노동네트워크가 몇 몇 앞서가는 정보통신 단체나 활동가들의 선도적인 활동에만 의존한다면 이미 노동네트워크 본래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동네트워크는 실질적인 교류와 연대가 진행되고 투쟁이 전개되는 현실운동과 긴밀히 호흡하는 매개로서, 즉 대중 참여와 소통·연대·조직화의 수단이자 결과로서 제대로 위치 지워야 한다.

노동네트워크가 현실 운동으로부터 분리된 전혀 새로운 공간이 아닌 현실 노동조합·노동운동과 긴밀히 맞물려나가는 매개로 제대로 자리잡아 나가도록 하기 위해 우리 노동네트워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당연하게도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고 연대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노동네트워크는 96년 총파업 통신지원단의 전통을 이어 매년 노동자 집중투쟁 시기가 되면 '총파업 통신단'을 구성하여 운영한다. 올 4월에 진행된 서울지하철 총파업 시기에도 노동네트워크는 그 자체로 통신단 상황실이 되어 24시간 투쟁현장의 상황을 접수하고, PC통신 BBS와 인터넷 웹페이지 등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신속히 알리며,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는 활동을 했다. 이러한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다음, 각 노동조합이 자신의 온라인 공간(PC통신의 CUG와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개설하고자 할 때 단지 기술적·행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운영의 노하우를 함께 공유하고 온라인 공간이 활성화하도록 하는 지원을 보다 능동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각 노조 단체들이 축적할 자료와 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공동으로 구축하고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속보 게시판'과 '단체알림판', '자료실', '노동법률 상담실' 등의 공유, 그리고 '노보-소식지 정보'의 공동 구축 등이다. 앞으로는 각 CUG들과 공동으로 기획하는 '온라인 주제토론'과 '온라인 캠페인/시위' 같은 것도 적극 추진해 볼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특히 중요한 것은 노동네트워크 운동을 주도할 중견 그룹(활동가 그룹)을 두텁게 확보하는 노력이다. 그 점에서 우리는 노동조합 CUG의 열성적인 이용자들과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는 노동정보화 소모임(컴퓨터 동아리)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대공장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장 활동가 조직들이 노동네트워크와 결합하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정보화 사회라고 얘기되는 지금 온라인 네트워크는 노동조합 조직화의 아주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 87년 이후 노동조합운동이 역동적으로 진출하는 시대에는 노자간의 물리적 대립의 전면에서 선진노동자들의 조직화된 부대이자 노동조합과 평조합원을 이어주는 허리 역할을 한 것이 '선봉대'와 같은 조직이었다. 이와 같은 중간 허리 역할 중에 상당한 부분을 이제는 정보통신 활동가들이 맡아야 한다. 이러한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한 노동자들간의 연대의 전위 역할을 할 정보통신 활동가들의 조직화와 훈련, 그리고 공동행동을 만들어나가야 할 주된 임무가 노동네트워크에 있는 것이다.

노동운동과 '노동네트워크'

90년대 들어 네트워크운동(또는 사회운동의 네트워크화)이 많이 얘기되고 있다. 우선 시민운동을 중심으로 해서 제기되는 네트워크는 주로 지금까지의 중앙집중적이고 집합적인 연합운동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제기되어 '자유롭고 수평적인 교류와 연대', 즉 폭넓은 연대전략을 추구하는 하나의 흐름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에 반해 컴퓨터·네트워크라는 정보통신 기술을 사회운동에 접맥시키고자 하는 진보적 정보통신운동 그룹이 추구하는 네트워크는 고전적이고 집합적인 사회운동(노동운동)에 기초하면서도 그 사회운동간의 연대와 공동행동을 보조하고 확대·강화하는 하나의 매개로서의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가상공간에서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과 연대가 아무리 활발하다 해도 현실 운동이 죽어있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런 점에서 노동네트워크는 기존의 노동운동을 대체하는 어떤 새로운 운동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현실 노동운동을 더욱 보조·지원하고 확대·강화하려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하겠다.

여기에는 통신망(PC통신 BBS와 인터넷 등)을 활용하여 노동조합의 조직사업이나 선전·선동, 교육, 정책, 투쟁사업, 그리고 국제연대를 보조·지원하고 강화하려는 활동은 물론, 나아가 '자본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정보화'에 맞서 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근로민중이 평등하게 정보화의 열매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주인이자 정보통신 매체의 주체가 되도록 세워내는 일련의 노력까지를 포함한다.

한국노동네트워크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이 노동네트워크가 노동운동 내부의 의사소통과 연대 및 대중참여와 대중행동을 매개하는 훌륭한 조직가이자 교육수단이자 선전매체이자 투쟁의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아직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다가오는 미래 사회에서 정보통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점이고, 노동운동을 비롯한 진보세력 역시 정보통신을 또 하나의 전장으로 삼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그 새로운 전쟁에서 노동운동·사회진보운동의 '독자적인 진지'를 구축하고자 하는 일, 그것이 바로 노동네트워크에 주어진 역사적 임무라고 본다. 이러한 역할에 최대한 다가서기 위한 한국노동네트워크의 노력은 앞으로도 쉼 없이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