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의의와 기조에 대하여
김진균 (제2회 서울국제노동미디어 조직위원장)
먼저, 지구상의 여러 곳에서 긴 여행 끝에 이 자리에 참석한 동지들에게 한국의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을 대표하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몇몇 동지는 지난 1회 노동미디어에도 참석한 바 있어 감회가 새롭다. 왜냐하면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우리에게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회 노동미디어 직후인 1997년 말, 한국자본주의의 구조적 취약성은 IMF 외환위기의 형태로 폭발하였다. 그 결과 경제위기의 모든 부담은 이 땅의 노동자て민중에게 전가되었으며, 우리는 경제적 고통 속에서도 정부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어려운 투쟁을 계속해 왔다.
오늘 이 자리에 우리가 다시 모인 것은 그 동안의 우리 활동과 투쟁을 평가하고 새로운 미래의 전망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참석한 모든 동지들이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의견교환을 통해 전지구적 차원에서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맞서 노동운동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
제1회 서울 국제노동미디어
먼저, 1회 노동미디어에 대해 되돌아보자. 지난 97년에 열린 노동미디어는 우선, 노동법 개악에 맞선 96-97 총파업의 과정에서 총파업 통신지원단 및 미디어 지원단의 활동에 힘입어 조직될 수 있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에 이어 "한국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선언"이었던 이 총파업은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국제적 투쟁의 일환이었으며, 특히 세계각지에서 달려온 해외의 활동가들, 그리고 통신지원단의 활약에 힘입어 세계 각지로부터 답지한 연대와 지지성명은 한국 노동운동에 있어서 국제연대와 정보통신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주는 계기였다. 이러한 투쟁의 경험에 힘입어, 1997년 11월 국내에서 최초로 노동미디어에 관한 국제회의가 "노동운동과 미디어: 노동자, 정보기술 그리고 연대"라는 주제하에 열리게 되었던 것이다.
'97 서울 국제노동미디어는 "지구화, 정보화와 노동운동", "정보화와 노동현장의 변화, 그리고 노동운동의 대응" 세션을 통해, 지구화의 맥락 속에서 정보화와 노동운동의 과제라는 일반적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국제노동자 영상운동의 현상황과 임무", "미디어와 노동운동", "노동운동과 정보화", "네트워크를 통한 노동운동의 국제연대" 등의 워크숍을 통해 각 부문과 영역에서의 핵심적 이슈를 논의하였다.
이 회의에는 크리스 베일리, 스티브 젤처, 피터 워터만, 에릭 리, 줄리어스 피셔 등 노동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부문에서 활약하는 해외 활동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적으로 전개되는 선진적 논의를 국내에 소개하여 한국 노동운동진영에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 커다란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 노동운동의 전투성과 활력은 역으로 이들 활동가들에게 창조적 자극이 되었다. 예를 들어, 에릭 리의 경우 회의 참석 직후에 한국노동운동과의 연대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였고, 이후 세계 노동자투쟁의 소식을 전하는 LabourStart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노동조합과 활동가들 사이에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활동가들의 마인드를 확산, 고양함으로써, 직접적으로 노동미디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노동네트워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1년여간의 논의와 조직화를 통해, 마침내 98년 11월에 진보네트워크와 노동네트워크를 출범시키는 데 성공했다.
진보네트워크는 이제 PC통신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립적 네트워크 센터로 자리잡으면서, 노동조합과 사회단체의 활동가를 중심으로 2,300여명의 회원들이 가입한 네트워크로 견실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네트워크의 경우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 그리고 수십개의 노동단체들이 참여하는 진보넷의 중심적인 네트워크로 성장하였으며, 이번 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정보의 공유 외에도 활동가 상호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CUG도 170여개에 이르고 있다.
다른 한편, 국제적으로는 97년 당시 미국 IGC와 영국의 레이버넷에 국한되었던 레이버넷은 캐나다, 오스트리아, 독일, 한국 등에서도 건설되었으며, 다양한 형태의 유사한 노력들이 세계의 각지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양적 증가 뿐만 아니라, 각 수준의 노동조합, 노동단체, 개인 등의 다양한 웹사이트들이 사이버공간 속에서 거미줄처럼 연결되면서, 이제 각국의 노동네트워크들은 각국의 노동운동과 노동자투쟁에서 정보교류와 토론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제2회 국제노동미디어의 기조
"노동운동과 뉴미디어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 자본의 전지구적 공세에 맞선 노동자의 세계적 네트워크 전략 "
이번 노동미디어는 무엇보다도, 97년에 열린 1회 노동미디어와, 지난 2년간의 국내외적 활동의 성과에 힘입어 열릴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는 이 성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에 기초하여,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지향점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게 될 것이다.
제2회 서울 국제노동미디어는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맞선 노동자들의 국제적 투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 투쟁을 더욱 강화하고, 더욱 활발한 국제연대를 조직하기 위한 노동자 네트워크의 전략들을 논의한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회의가 통해 첫째, 각국 노동운동 현황의 총점검, 둘째, 네트워크와 뉴미디어를 통한 노동자 미디어 운동의 확산과 연결, 셋째, 초국적자본과 투쟁할 일상적인 국제연대 네트워크의 구축에 대한 논의를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노동미디어는 구조조정과 민영화, 자유화와 규제완화, 공공영역의 축소와 사회복지의 후퇴 그리고 노동유연화와 노동조합 파괴, 등 노동자 생존권의 말살로 집약되는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 지구적 차원에서 투쟁하는 노동자 네트워크 구축전략에 대한 논의를 핵심적 과제로 한다. 이러한 논의는 첫째, 자본의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운동의 네트워크 전략, 둘째, 노동운동 내부의 민주적 의사소통을 형성하기 위한 과제 셋째, 현장 노동자들에 기반한 대중적인 미디어 전략과제로 나누어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노동운동의 네트워크 전략
세계적인 차원에서 초국적자본에 의한 금융적 지배의 강화와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보편화됨에 따라 노동운동 또한 이에 맞서 일국적 차원의 대응을 넘어서는 국제적인 연대의 흐름들을 형성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연대는 각국의 상황이 서로 유사하다는 객관적 사실에 기반하며, 이에 대한 대응 역시 공통된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공통된 경험에도 불구하고 국가별 특성들이 강하게 존재하여 노동운동의 조직양상은 상호간에 불균등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의 교환은 사례와 경험의 공유를 넘어서 지구적인 차원으로 확장된 공동대응과 일상적 연대의 가능성을 제공했다. 따라서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국제적 노동운동 차원에서 불균등한 경험과 특성들을 고려하여 지속적인 연대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노동자운동의 네트워크 전략이 시급히 요구된다. 초국적자본에 대한 통제, 지구적인 차원의 노동시간 단축투쟁, 실업자 운동 등 각국별 투쟁 속에서 국제적 공동대응을 필요로 하는 운동 과제들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노동자 네트워크 전략의 실행계획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를 조직하는 것이 이번 회의의 주요한 목적이 될 것이다..
노동운동의 민주적 의사소통
전세계적 차원에서 자본주의적 지구화와 신자유주의적 공세가 강화되는데도, 각국의 노동조합 대다수는 실리적 조합주의와 노사협조주의에 경도되어 있고, 노동조합의 조직률 마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일찍이 노사협조주의의 전통에 젖어있는 미국과 서구의 노동조합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노동운동의 전투적 흐름을 주도했던 남아공, 한국, 브라질, 멕시코 등의 노동조합들에서도 이러한 위기는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자본의 공세에 맞선 투쟁에서 일국적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노동기구와 노동조합의 새로운 역할에 모색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반면, 기층의 노동자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풍부한 정보와 경험에 기초하여 아래로부터 개혁과 혁신의 목소리를 표출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공식적인 노동조합들 뿐만 아니라 풀뿌리 조직이나 현장노동자들의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노동조합의 당면과제와 주요 투쟁사안, 그리고 다양한 수준의 국제적인 연대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수 있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동운동의 민주적 의사소통 구조창출과 더불어 노동운동의 민주적 혁신들을 위한 과제와 계획들을 논의하는 것은 이번 회의의 주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노동운동의 미디어 전략
과거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탄압받던 시기에는 정치신문과 지하방송으로 대표되던 비합법 형태의 언론활동이 활발했으나, 근래 신자유주의적 공세가 가열된 후에는 이렇다할 미디어 전략을 제출하지 못하여 노동운동진영에서 대중을 상대로 한 미디어 전략은 거의 소진된 상태에 있다. 대부분이 제도언론에 대한 개혁을 중심으로 미디어 활동을 형성하고 있을 뿐, 노동대중을 상대로 한 노동운동의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미디어 활동에 대한 기획은 거의 존재하지 않다.
최근 들어 인터넷의 발전으로 노동운동 내부에서 미디어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고, 인터넷 방송, 위성채널 등 뉴 미디어(new media)를 통한 새로운 미디어 활동들이 모색되고 있다. 이러한 노동운동의 새로운 미디어 활동은 단순히 매체의 획득이라는 측면을 넘어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한 고려, 즉 뉴미디어의 발생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기존의 신문과 방송 등 올드 미디어(old media)가 통합되는 경향을 고려하여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전체적인 진행과 관련하여
이번 행사는 위에서 언급한 기획 아래, 노동미디어 회의와 노동영화제를 중심축으로, 노보전시회, 인터넷 특별방송, 사회단체 활동가 무료 정보통신 교육 등 다양한 행사로 이루어져 있다.
노동미디어 회의는 주제토론(Session)과 워크숍(workshop)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제토론에서는 "21세기 노동운동의 과제와 국제적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주제로 한 주제토론 2, 그리고 각 워크샵에서 논의된 사항을 총괄적으로 정리하고 토론하는 주제토론 3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11개로 구성된 워크숍에서는 보다 세분화된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관련 주제에 따라 보다 전문적인 논의와 토론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번 워크숍에서 주목할 부분은 첫째, 논의주제의 확산과 심화이다. 예를 들어, 미디어와 관련한 워크숍의 경우, 노동자 비디오뿐만 아니라 독자채널, 인터넷 방송 등 보다 새롭고 전문화된 주제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게 되었다. 둘째로는, 노동운동의 다양한 부문에 대한 확장된 접근이다. 노동조합의 정보화 경험, 각국 노동네트워크의 현황에 관한 워크숍과 더불어, 정보기술과 감시문제, 여성노동자의 온라인 진입장벽 문제, WTO 뉴라운드 문제 등의 워크숍은 노동조합의 틀을 뛰어넘는 이슈에 대한 노동운동의 과감한 접근과 문제의식의 확산에 기여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맺으며
자, 이제 막은 올랐다. 동지 여러분들의 적극적이고 활발한 참여 속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이루기 위해 다함께 힘을 합치자. "노동운동과 뉴미디어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 자본의 전지구적 공세에 맞선 노동자의 세계적 네트워크 전략"이라는 주제에 걸맞는 다양한 문제제기와 토론, 논쟁을 통하여, 이번 회의가 일국적·세계적 차원에서 다가올 세기에 노동운동의 지평을 확대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나가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